통신사로 간 ‘황의 법칙’…“IT로 국가경쟁력 높인다”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3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5G를 향한 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사진공동취재단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황창규 KT 회장
‘5G 향한 길’ 연사로 나서 입담 과시
“It’s crazy!” 유머로 청중 사로잡아
동영상 직접 출연하는 등 강한 인상

삼성전자 사장에서 지난해 통신사 최고경영자로 변신한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데뷔 무대에서 스타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3일 한국 기업인 가운데 유일하게 기조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황 회장은 무대 위의 배우 같았다. ‘5G를 향한 길’ 세션의 두번째 연사로 나선 황 회장은 무대 좌우를 오가며 2000명 가까운 청중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사물인터넷의 가능성을 설명할 때 코웨이와 협력해 집안 공기질을 측정한 결과 저녁 식사시간 미세먼지 농도가 버스 터미널과 같은 수준이었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It’s crazy!’(이건 미칠 만한 일이죠)라는 표현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등 재치있는 말과 제스처로 호응을 끌어냈다.

5G로 인해 가능해질 자율주행 자동차의 모습을 그린 동영상에는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동영상 속에서 황 회장은 자동차한테 목적지를 명령하고, 외국 기업인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손녀딸의 바이올린 연주를 홀로그램 통화로 감상했다.

5G의 연결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황의 법칙’을 끌어오기도 했다. 황의 법칙은 황 회장이 2002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던 시절 반도체의 집적도가 매년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해 만들어진 용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999년 256M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 이후 해마다 반도체 용량을 2배씩 늘려오면서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 황 회장은 반도체 집적도처럼 5G 시대에 인터넷에 연결될 기기와 데이터 사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의 연설은 가만히 자리에 서서 준비해온 원고를 읽거나 고작해야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띄운 다른 연사들 속에서 확연히 돋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다. 최고경영자들도 사람들 앞에 나서서 발언하는 걸 쑥스러워하는 편이다. 그래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기조연설은 실리콘밸리의 아이티 기업 인사를 초청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점잖고 지루하다. 이번에 황 회장의 연설은 분명히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기’까지 총동원해 5G의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기술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5G 기술 선도에 대한 의지 때문이라는 것이 황 회장의 설명이다. 황 회장은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통신 커버리지와 인프라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IT) 인프라가 어떻고,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디로 가려는지 세계 통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정보통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벤처·스타트업·중소기업들이 함께 전세계를 누벼야 되는 시점에서 상당히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유신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