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인권단체 ‘오픈넷’은 31일 국제 정보인권단체들과 논의를 통해 인터넷 기업을 비롯한 정보매개자 책임에 대한 국제 원칙인 ‘마닐라원칙’을 정해 발표했다. 마닐라 원칙은 “정부로부터 제3자의 콘텐츠에 대한 정보매개자의 면책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기본원칙을 세웠다. 예컨대 정부기관이 인터넷기업(정보매개자)에게 사용자(제3자)의 콘텐츠를 차단·검열하는 책임을 부과하지 못하게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도의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보여주듯 정부가 시민들을 감시하고 활동을 검열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상의 소통은 대부분 인터넷사업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엔진 등 정보매개자들을 통해 이뤄진다. 오픈넷은 “정보매개자들의 콘텐츠 정책은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 이용자의 권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의 법적 책임에 대한 규제와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칙은 기업들이 검열에 대한 협조자가 아니라, 사용자 정보를 보호하는 수호자로서 매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바탕에 지난 25일 ‘인권과 기술에 대한 국제 비정부단체(NGO) 회의’(RightsCon)에 참가한 전자프런티어재단(EFF), 아티클나인틴(Article 19), 오픈넷 등의 단체는 국가와 정보매개자들이 준수해야 할 책임에 대한 국제법적 원칙을 ‘마닐라 원칙’으로 고안했다. 6가지의 대원칙과 33개의 세부원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① 제3자의 콘텐츠에 대한 매개자의 면책은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② 사법당국의 명령 없이 콘텐츠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
③ 콘텐츠의 차단 요청은 명확하고 분명해야 하며 적법절차를 따라야 한다.
④ 법률이나 콘텐츠 차단 명령이나 관행은 필요성과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⑤ 법률과 콘텐츠 차단 정책 및 관행은 적법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⑥ 법률과 콘텐츠 차단 정책과 관행에는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립해야 한다.
오픈넷은 “현재까지 한국, 미국, 콜롬비아, 이집트, 레바논, 영국, 네덜란드 등의 수십개 단체가 이 원칙을 승인했으며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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