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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세월호 등 참사 앞에서 쏟아내는 저주의 글들, 왜?

등록 2015-04-27 19:53수정 2015-04-28 11:48

[사람과 디지털] 디지털 기술과 공감능력
우릴 똑똑하게 했지만 공감력은 못 높여…기술의 인간화 필요
25일(현지시각) 규모 7.8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맨손으로 들어 올리며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규모 7.8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맨손으로 들어 올리며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 네팔을 강타한 지진의 피해 상황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네팔 재해대책본부가 집계한 사망자 수는 2500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애도와 빠른 복구를 기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27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에서 관련 뉴스 가운데 가장 많은 댓글(1000개 이상)이 달린 기사의 댓글 내용을 보면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기를…”, “기도할게요” 등이 많다. 먼 나라에서 일어난 낯모르는 이들의 비극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빈정거리는 내용의 댓글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 이즈음 터졌던 국가적 참사 ‘세월호’와 연관시킨 내용이 많았다. “세월호처럼 보상할 거 같으면 나라 팔아도 보상 못할 듯”,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해야 한다는 말이 안 보이네” 따위의 말들이다. “다음은 일본”과 같은 식으로, 자주 등장하는 저주도 빠지지 않았다.

‘경쟁’에서 ‘공감의 시대’로
제러미 리프킨 역설했지만
사이버 공간은 ‘울림통’ 효과

인터넷은 공감 확장 도구 내장
기술·디자인 전문가 새길 찾는 중

공감이 요새 주목받는 관심 덕목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선 세월호 참사 뒤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보이는 행태들이 드물지 않게 논란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농성을 하는 이들 앞에서 ‘폭식농성’을 하거나, 또는 “교통사고에 불과하다”며 주변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을 쏟아내는 경우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에 비어 있는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가 남미 순방을 떠난 일도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공감을 이 시대를 읽는 핵심 열쇳말로 제시한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과거 제한된 자원을 두고 서로 싸우는 ‘경쟁의 시대’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협업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공감의 시대’로 사회가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이 공감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연결망이 넓고 복잡해지면서 상호 공감의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까, 또는 서로의 의견이 맞부딪치고 격화되면서 공감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할까. 네팔 참사에 대한 극단의 댓글들에서 드러나듯이 이는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와 수컷닷컴 회원 등 30여명은 13일 세월호 유가족 단식은 거짓이라며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민들에게 초코바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 이재욱 기자 uk@hani.co.kr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와 수컷닷컴 회원 등 30여명은 13일 세월호 유가족 단식은 거짓이라며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민들에게 초코바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 이재욱 기자 uk@hani.co.kr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는 디지털 기술과 문화가 몰이해와 증오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다. 이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 전라도 출신, 진보운동 등에 대해 외설적인 비꼼과 절제 없는 욕설을 표출하면서 욕구를 배설한다. 같은 성향의 이들이 모인 공간에서, 서로 얼마나 더 강하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등급이 높아지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표현은 더욱 극단을 향해 치닫게 된다. 미국의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고안한 개념인 ‘울림통’(소리가 오래 남도록 하기 위해 소리를 흡수하는 성질이 적은 벽면으로 만들어진 방) 효과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의견을 (반복해) 나누면서, 이들은 점차 다수가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자기 편한 대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의견을 나누는 인터넷이 가져온 어두운 면이다.

온라인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함께 교류하고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가톨릭대, 서울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등 여러 대학 교수들이 주축이 돼 지난 17일 세월호교실(teachsewol.org)의 문을 열었다. 이해는 공감의 발판이다. 사진은 세월호교실 편집위원회의 회의 모습이다.   세월호교실 누리집 갈무리
온라인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함께 교류하고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가톨릭대, 서울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등 여러 대학 교수들이 주축이 돼 지난 17일 세월호교실(teachsewol.org)의 문을 열었다. 이해는 공감의 발판이다. 사진은 세월호교실 편집위원회의 회의 모습이다. 세월호교실 누리집 갈무리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기기가 가지는 강한 매력도 공감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스마트폰에만 머리를 콕 박고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는 청소년의 경우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어나는 단문의 소통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면서 현실 세계의 공감과 교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권미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장은 “모든 게 지나치면 위험해진다. 유비쿼터스 시대엔 친구, 가족,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은 기본적으로 공감을 확장할 수 있는 기능이 담겨 있다. 멀리 떨어진 네팔에서 터진 참사에도 사람들이 마치 옆집에서 일어난 일처럼 받아들이고 빠르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덕분이다. 이런 기술의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한 노력이 최근 활발해지는 추세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교의 라파엘 칼보 교수(소프트웨어공학)와 도리언 피터스 교수(사용자 경험 디자인)는 지난해 <긍정적인 컴퓨팅>이라는 책과 누리집(www.positivecomputing.org)을 열고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여러 분야간 협업에 의해 기술이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믿는다. 인간의 참된 삶(웰빙)과 잠재력 향상을 돕는 기술과 디자인이 긍정적 컴퓨팅이다”라고 말한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로는 세계 여러 기관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청소년의 사회적 관심과 반응을 증진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 소방수 등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연구, 모바일과 소셜미디어가 감정과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등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월 “기술은 보통 우리를 더 똑똑하고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됐지만 공감을 높이거나 더 현명하게 해준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위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기술을 활용한 공감과 이해의 노력은 일어나고 있다. 최근 누리집을 연 ‘세월호 교실’이 근래의 대표적 사례다. 여러 학문 분야의 전문가와 참여자들이 “세월호는 도대체 무슨 사건인가? 이 사건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등에 대해 의논하고 서로 배우고자 만든 사이버 공간이다. 세월호는 교통사고인가, 남긴 말과 글, 한국 사회 재난의 계보 등의 주제를 다룬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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