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돌 창간 기획] 사람 중심 스마트시대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각각 97.2%, 96.4%다. 40대도 빠르게 늘어 89.7%를 기록했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큰 영향력만큼 사용자 주권 의식도 확대되어야 한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사용자가 원치않는 프로그램을
몰래 컴퓨터에 설치하게 하거나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만들어 디지털 서비스 제공·설계자 비해
소비자는 절대적으로 정보 부족
권리 자각하는 사람들 많을수록
인간친화적 설정 요구 가능하다 이런 정보 비대칭과 초기설정을 악용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다크패턴’이다.(▷ 관련기사 : ‘눈 뜨고 코 베입니다’ 내 컴퓨터에 몰래 깔리는 다크패턴) 사용자 몰래 원치 않는 프로그램들을 컴퓨터에 설치하게 만들거나 강요된 동의를 하게 만드는 프로그램들이다. 서비스 특성에 대해 사용자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않고, 설정 방법이나 의미를 모르는 사용자들을 상대로 속임수와 미끼를 쓰는 유형들이다. 정보기술 대기업들도 사용자의 선택권을 배제하는 꼼수를 자주 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에 동영상 재생기와 브라우저 등 끼워팔기를 하다가 유럽과 한국에서 벌금을 부과받았다. 애플은 2012년 아이폰에서 구글 지도를 없애고 품질이 낮은 자사 지도 서비스를 강요해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디지털 서비스는 속성상 플랫폼을 지배하는 사업자 소수가 시장을 독식하게 되어 있어, 자유로운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장을 장악한 사업자에 사용자가 종속돼 있어, 사실상 소비자 선택권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 14억명의 페이스북이나,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의 설정대로 사용자는 쓰게 돼 있다. 페이스북이 초기설정에서 글의 노출범위를 ‘모두 공개’ 또는 ‘친구 공개’로 하느냐의 결정이 중요하다.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좀더 사람 친화적 기술을 내놓도록 하는 동력은 사용자들의 ‘똑똑한 선택’이다. 사용자들이 서비스 구조와 영향을 제대로 알게 되면 좀더 사용자 친화적 설정을 요구하게 된다. 자신들의 권리 침해를 자각한 사용자들의 반발로 인해 애플은 아이폰에 다시 구글 지도 탑재를 허용했고, 페이스북은 글의 초기설정을 ‘모두 공개’에서 ‘친구 공개’로 변경했다. 수사당국의 요청에 사용자 정보를 넘겨주다가 홍역을 치른 카카오톡은 ‘설정’ 메뉴에 비밀대화 모드를 추가했다. 모든 기술이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 사용자들이 ‘똑똑한 선택’을 통해 기술이 더 낫게 작동하게 할 수 있다. 디지털로 모든 게 처리되는 환경에서 좀더 사람친화적 설계를 통해 사용자 주권을 강화하는 서비스들이 격려받을 필요가 있다. 한겨레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의 지향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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