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도우며 창업으로 재기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맨왼쪽)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에스케이텔레콤 티 타워에서에서 열린 ‘브라보! 리스타트’ 3기 성과 발표회에 참석해 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워치를 시연하고 있다. ‘브라보! 리스타트’는 2013년부터 에스케이텔레콤이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청·장년 창업자에게 자금과 입주 공간,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매년 10여 팀을 뽑는다. 연합뉴스

SKT ‘브라보 리스타트’ 3기 발표회
11개 업체…장애인 아이템 많아

“4년 전 미국 유학 때부터 창업을 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라서 자괴감에 빠졌죠. 그때 위안을 위해 찾은 교회에서 시각장애인 친구가 값비싼 점자책으로 어렵게 글을 읽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어요. ‘나는 창업 전문가니까 창업을 통해 이를 바꿔보자’하고 나서서 오늘에 이르게 됐죠.”

9일 열린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 3기의 성과 발표회에서 만난 ‘닷’(dot)의 김주윤 대표(25)의 말이다. 닷은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비장애인용 스마트워치에는 화면이 있을 자리에 점자를 표현할 수 있는 돌기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점자 정보 단말기에 견줘 훨씬 가볍고 시계로 차고 다니는 형태라 편리하다. 닷을 비롯해 모두 11개 업체가 지난 1년 동안 브라보 리스타트 3기 후원을 받았다.

이번 리스타트 3기에는 장애인, 소통과 연관되는 창업 아이템들이 많이 눈에 띄는 점이 특징이다. ‘비쥬얼캠프’라는 스타트업은 안구의 움직임을 읽어서 디지털 기기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특수안경을 개발하고 있다. 눈으로 가상현실을 조종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활용하기도 좋다. ‘에스앤아이(SNI)스퀘어’는 블루투스를 통해 연동하는 이른바 ‘앱세서리’(앱과 악세서리의 합성어)를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 초소형 통역용 액세서리를 상용화하려 하고 있다.

김주윤 대표는 “정부 지원을 뺀 다른 (기업의) 창업 프로그램은 지분을 요구하는 등의 조건이 있어 창업자가 제한을 느끼는 면도 많은데 리스타트는 그런 요구 사항이 없고 마케팅 지원과 전문가 재능기부 등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닷은 이런 후원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16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2013년 시작된 브라보 리스타트 참가 기업들은 올해 모두 42억원의 자금을 모았는데 이는 전년에 견줘 3배가량 늘어난 액수다. 김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고 이후 스마트패드와 공공시설 서비스 등도 선보일 계획”이라며 “기부가 아니라 혁신으로 세계 시각장애인의 소통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