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산업 미래’ 심포지엄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놓고 공방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놓고 공방
“위기에 빠진 케이블방송 산업을 살리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대기업 자본의 투자 밖에 없다.”(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대기업 몇개가 남아서 자기들끼리 방송·통신 시장 땅따먹기를 하겠다는 것이 바람직한가.”(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는 현재 방송·통신 시장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정부 관련 부처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내년 3월 중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2016년 방송·통신 산업 현안과 해결 방법 모색’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케이블방송 산업의 미래’가 주제였는데 초점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에 맞춰졌다.
발제를 맡은 김성철 교수는 “인터넷티브이(IPTV)가 빠르게 약진하는 사이에 케이블방송은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에서 크게 밀리고, 이를 만회할 투자 의지도 능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에스케이텔레콤의 헬로비전 인수 결정을 사실상 옹호했다. 밝혔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최진봉 교수는 “인터넷티브이나 케이블방송이나 사실상 같은 사업이다. 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를 인수해서 경쟁이 줄어들면 (소비자의)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인데, (기업의) 경영 측면으로만 사안을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논쟁의 핵심에는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 전이 여부가 자리잡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1위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이 케이블방송 업계 1위 사업자인 씨제이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그대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논쟁 거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는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23일 발표된 ‘2015년 방송시장 경쟁 상황 평가’를 보면, 이동통신을 포함한 결합상품(초고속 인터넷이나 티브이를 묶는 통신 할인상품)의 이통 3사 점유율이 이통시장 점유율과 유사하게 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올해 6월 기준 결합상품 시장에서 에스케이텔레콤의 점유율은 44.8%, 케이티(KT)는 33%, 엘지유플러스(LGU+)는 21.9%였다. 이는 지난 10년 넘게 변한 적이 없는 3사의 이통시장 점유율 ‘5 : 3 : 2’와 비슷하다. 불과 3년 전인 2012년만 해도 에스케이의 점유율이 33.8%에 불과했는데, 올해 결합상품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점유율이 10%포인트 이상 대폭 늘었다.
하지만 같은 조사 결과에서 이에 반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에스케이텔레콤이 결합상품 시장점유율을 높인 기간에 3위 사업자인 엘지유플러스도 점유율을 10.7%에서 21.9%로 2배 이상 늘렸다. 이통시장 지배력 전이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결합상품 경쟁이 과열됐던 올해 상반기에 케이티의 유료방송 가입자 순증 비율(41.8%)이 에스케이(36.2%)를 누르며 장사를 더 잘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