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개발 ‘알파고’
유럽챔피언에 5차례 모두 승리
3월 서울서 이세돌과 대결 예정
1997년엔 세계체스챔피언 눌러
유럽챔피언에 5차례 모두 승리
3월 서울서 이세돌과 대결 예정
1997년엔 세계체스챔피언 눌러
인공지능(AI) 컴퓨터가 바둑에서 처음으로 프로기사를 이겼다. 체스에선 컴퓨터가 인간 세계챔피언을 이긴 적이 있지만 바둑에선 사상 최초다. 아직 10년은 더 걸리리란 예상을 깬 사건으로 평가된다.
영국바둑협회는 구글의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그동안 세 차례 유럽 바둑 챔피언에 오른 중국 출신 프로기사 판후이(2단)와 다섯 차례 대국을 벌여 모두 이겼다고 밝혔다. 상세한 내용은 28일 발행되는 국제적 과학저널 <네이처> 529호(사진)에 실릴 예정이다.
존 다이아몬드 영국바둑협회장은 “체스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뒤로 바둑은 인공지능 연구자에게 커다란 도전이었다. 컴퓨터가 정상급 바둑기사를 이기려면 앞으로 5~10년이 더 걸리리라고 봤는데, 이제 임박한 듯하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올해 3월 서울에서 10년째 세계 바둑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의 이세돌 기사와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1997년 러시아의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아이비엠(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와의 대결에서 패배하면서 인간은 최고 체스 선수의 자리를 컴퓨터에 내준 바 있다. 하지만 3천년 전 중국에서 탄생한 바둑은 쉽게 정복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졌다. 시작부터 끝까지 가능한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컴퓨터가 매 수를 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회장은 “지금까지 개발된 최고의 컴퓨터 선수는 정상급 아마추어 선수 수준도 안 됐었다”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아자 황과 그 동료들이 개발한 알파고 프로그램은 수의 위치를 평가하는 ‘가치 네트워크’와 움직임을 선택하는 ‘정책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 그리고 이 심층 신경망들을 인간 바둑기사들과 경기를 벌이게 하고, 또 스스로 자신과 경기를 하는 이중의 훈련을 통해 강화시켰다. <네이처>는 이런 과정을 거친 알파고가 다른 바둑 프로그램들과의 대결에서 99.8%의 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알파고와 대결을 펼칠 예정인 이세돌 기사는 “컴퓨터와 정상의 인간 선수가 벌이는 첫 경기에 선택되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놀랍게 강력하고 점점 더 강력해지리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내가 이기리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고 영국바둑협회는 전했다. <네이처>는 “이번 결과는 다른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능력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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