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통과뒤…텔레그램으로 ‘엑소더스’ 가속

서버 독일에 있어 사찰위험 적어
내려받기 1~2위로
‘카카오톡’은 왕좌 내줘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상대적으로 감시에서 안전한 메신저 앱을 찾아 국내 이용자들이 외국계 앱으로 떠나는 ‘엑소더스’ 흐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감시 강화가 국내 기업을 위축시킨 주요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앱 분석기업 ‘앱애니’가 7일 밝힌 국내 모바일 분야 내려받기 순위를 보면, 테러방지법 의결 과정을 따라 외국계 메신저 ‘텔레그램’이 크게 치고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앱스토어 내려받기에서 텔레그램 국내 순위는 한달 전인 지난달 7일만 해도 51위(소셜네트워킹 앱 분야)에 머물 정도로 낮았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이 점차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순위도 덩달아 올라갔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진 23일은 32위까지 올랐고, 그다음날은 22위로 껑충 뛰었다. 이후 3월2일 밤, 테러방지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자 다음날부터는 아예 1위로 뛰어올랐다. 텔레그램은 마지막 집계가 이뤄진 6일까지 나흘 연속 1위 행진을 하고 있다. 이 모바일 메신저는 러시아 출신 프로그래머가 만들었으며 서버가 독일에 있어서 국내 사찰의 위험이 비교적 낮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이런 경향은 마찬가지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텔레그램은 한달 전 30위 수준이던 것(커뮤니케이션 앱 분야)이 필리버스터 정국을 거치며 20위권으로 자리잡았고, 통과 뒤에는 2위까지 올라선 상태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국내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왕좌가 흔들렸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2월의 많은 날을 1위로 지켰던 카카오톡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직후인 24일 4위로 뚝 떨어졌다. 이후 지난 6일까지 텔레그램에 1위를 내준 채 2위에 머물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이런 경향은 마찬가지다. 2월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앱 분야뿐 아니라 앱 전체에서 내려받기 1위를 지키던 카카오톡은 필리버스터가 주목을 받던 지난달 25~29일 동안 커뮤니케이션 앱 분야에선 2위로, 전체 앱에선 3~4위로 떨어졌다.

카카오톡은 이미 2014년 10월에 검찰의 ‘카톡 사찰’ 논란 때 다수 사용자가 텔레그램으로 갈아타기를 하면서 국민 메신저 자리가 흔들렸던 서늘한 경험을 한 전례가 있다. 테러방지법으로 다시 한번 비슷한 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가가 감시를 이유로 자국 기업의 경제활동과 혁신에 발을 거는 상황은 파리 테러 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정부가 애플을 상대로 아이폰의 해킹을 도우라고 요구하고, 애플은 이에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정부 대 실리콘밸리 기업’의 전쟁이 벌어진 상황이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부사장은 6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정부의 요구는 덜 안전했던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권오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