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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방통위,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제정

등록 2016-03-25 14:00수정 2016-03-25 14:57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한 접근 배제 요청 절차 담아
법인과 공익 관련 게시물은 접근 배제 요청 못해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 소지 줄여
네이버·카카오 등 한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 대상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을 빚을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끌었던 방송통신위원회의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이 실제로는 ‘자신이 게시한 글에 대한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픈넷 등 방통위의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제정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워온 시민사회단체들은 “방통위가 내놓은 것은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괜히 걱정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통위는 25일 오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잊힐 권리 세미나’를 열어, ‘(가칭)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하고 토론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들었다. 이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이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으로 지목해 반대 성명까지 냈던 것이다. 방통위 엄열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잊혀질 권리 전문가 연구반 활동 등을 통해 초안을 마련했고, 앞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수정·보완할 예정이다. 내용에 맞춰 이름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안은 누리꾼들이 인터넷 게시판 관리자나 검색 서비스 사업자한테 요청해, 자신이 올린 글(댓글 포함)·사진·영상 등을 남이 보지 못하게(이하 접근배제) 할 수 있는 절차를 담고 있다. 이 절차에 따르면, 이용자는 게시판 관리자한테 자신의 게시물에 대한 접근배제 요청하고, 게시판 관리자의 누리집 관리 중단 등으로 접근배제 조치가 취해지지 어려운 경우에는 검색 서비스 사업자한테 검색 목록에서 배제시켜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삭제하기 어려울 때, 회원 탈퇴 및 1년 이상 계정 미사용 등으로 회원 정보가 파기돼 직접 삭제가 어려울 때, 게시판 관리자가 사업을 폐지해 누리집 관리가 안되고 있을 때, 고인의 게시물에 대한 접근 배제가 필요할 때, 게시판 관리자가 게시물 삭제 권한을 주지 않을 때 등에 이런 요청을 할 수 있다.

접근 배제 요청을 받은 게시판 관리자와 검색 사업자는 자기 게시물 여부를 판단해 블라인드 처리를 하거나 검색 목록에서 빼줄지를 결정해 이행해야 한다. 허위 신청 등으로 인터넷 게시물이 부당하게 삭제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삭제하지 말고 가리기만 하게 했다. 이후 조치 결과를 우편이나 전자우편 등으로 신청자에게 통보하고, 제3자가 해당 게시물을 검색하면 ‘게시자의 요청으로 접근배제 조치를 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은 국내에서 한국어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사업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이고 구글도 포함된다. 다만, 법인은 접근배제 요청을 할 수 없고,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게시물은 접근배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이드라인이라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 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들이 시급하게 원하는, 예전에 글을 올렸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거나 해당 게시판 운영 사업자가 망해서 삭제할 수 없어 고민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 쪽으로 수정해 논란의 여지를 줄였다. 남이 쓴 글 때문에 명예훼손을 당할 때는 통신망법의 임시조치, 언론 보도는 언론중재법, 내가 쓴 글을 남이 퍼간 경우에는 저작권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따로 여기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며 실효성을 살펴본 뒤, 새 국회에서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잊혀질 권리 조항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 침해를 우려하던 시민사회단체들은 걱정을 더는 모습이다. 인터넷투명성보고팀 손지원 변호사는 “대상이 자기 게시물로 한정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만약 자기 게시물의 삭제가 남이 작성한 댓글의 삭제까지 이어질 경우 또다른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낳을 수 있고, 작성자 본인인지의 소명 역시 사업자한테 부담을 주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털 및 검색 사업자들은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이행하는 게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형 포털사 관계자는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잊혀질 권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다. 게시판 운영자와 게시글 작성자 사이의 ‘계약 이행’ 문제를 제3자인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게 개입해 처리하도록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시글과 연관있는 댓글 작성자의 권리 침해, 탈퇴 후에는 삭제 요청을 할 수 없다는 계약의 사후적 부정 등 이전에 확립된 서비스 이용 정책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한국도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려는 움직임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인터넷기업협회 차재필 정책실장은 “검색 사업자와 이용자간 분쟁을 양산하고, 검색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잊혀질 권리’는 2010년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숨기고 싶은 과거 사실을 담은 디지털 기록이 구글 검색에서 제외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가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권리’로 인정됐다. 이후 다른 나라들도 이를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와 충돌하는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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