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AI와 함께 살아가기
AI와 함께 살아가기
오늘 뭘 하고 놀까?” “영화 어떠세요,
주인님” 구글만 인공지능을 올해의 화두로 꺼낸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인 페이스북 역시 지난 4월 연 연례 개발자회의 ‘F8’에서 인공지능이 자신들의 최대 관심사임을 분명히 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새 메신저 플랫폼이었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구글 플레이’같이 여러 회사나 매체들이 직접 인공지능에 기반한 채팅 봇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채팅 봇이란 마치 사람과 채팅하듯이 응대할 수 있는 문자 기반 인공지능이다. 예컨대 현재 시범 사례로 운용하고 있기도 한 <시엔엔>(CNN)의 예를 들면, 시엔엔 계정에 말을 걸면 사람처럼 질문에 답을 하면서 친해지고, 이후 이 회사의 주요 뉴스를 ‘읽어볼래?’ 하며 나에게 보내주는 식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올해 무대에서 3, 5, 10년의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3년은 페이스북과 관련 생태계 지원에 집중하고, 이후 5년째까지는 메신저 같은 차세대 제품의 위상을 공고히 하며, 이후 10년째까지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알파고에 이어 페이스북의 채팅 봇, 구글의 가정비서까지 인공지능이 분주한 봄이다. “떠나지마,
너 없이 어찌 살아” “주인 할아버지
울지 마세요ㅠㅠ” 이런 기술이 모두 도입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편리한 시대가 되리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 기술은 인간이 적은 수고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목표를 삼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보여준 한 가족의 일상처럼, 아빠는 “이봐, 구글” 하고 불러서 오늘의 날씨와 교통 현황을 바로 들을 수 있다. 엄마는 아이들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아이들은 학교 숙제를 구글에 물어 해결한다.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미래는 어떠한가? 소셜미디어 속에서 로봇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이익단체, 시민단체 등을 대신하는 아바타들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우리의 관계망 속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상품을 추천하고 사회문제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말을 알아들으며 이렇게 일상 속으로 사라지는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올 변화가 편리함만은 아니다. 우선 프라이버시 수준은 더 하락할 위험이 크다. 지금도 구글과 페이스북은 우리가 주고받는 전자우편과 올리는 사진 등을 빅데이터 분석용 자료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있긴 하지만, 인공지능이 매개하는 대화와 영역들이 일상 전반으로 확산하면 그만큼 더 많은 활동이 데이터로 저장될 것이다. 이런 데이터는 어떤 이들에게 높은 가치를 지니고 노림의 대상이 될 것이다. 범죄자들의 활동을 알고 싶은 정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싶은 기업이 늘 것이다. 이들에 의해 우리의 더 많은 행동이 감시될 위험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보안은 더욱 중요해진다. 수십년의 디지털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뚫리지 않는 방패’는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기업들이라 해도 빈틈은 있을 수 있으며, 우리가 해당 서비스에 더 많은 정보를 내맡기는 만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영향은 치명적이다. 지난해 기혼자 데이트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의 고객정보가 한 해킹단체에 의해 탈취돼 공개된 일이 있었다. 남편이 ‘불륜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부인은 충격에 휩싸였고 많은 가정이 파국을 맞은 바 있다. 사생활 침해와
정보유출 우려 AI 통제 권한
더 신경쓰세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공지능이라는 매개자가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도 제기될 것이다. 이 분야 선구자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셰리 터클 사회학과 교수는 2011년 저서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이런 변화를 심도있게 다루었다. 그는 요양원의 노인들에게 물범 모양의 로봇을 나눠주고 변화를 관찰했는데, 그들이 로봇에 대해 키운 애착은 연구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 노인은 이것이 실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애착이 생겨 로봇을 반납하지 않으려 버텼다. 어떤 이들은 이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터클 교수는 “기술의 미래에 관해 우리가 현재 집착하고 있는 사안들 뒤에는 아직 제기되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있다. 기술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기계의 관계가 점점 더 긴밀해질수록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되어갈까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극히 단순한 알고리즘의 물범 인형도 노인에게 이런 효과를 미칠 수 있는데 점점 정교해지는 인공지능이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가 될까? 이런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것이 ‘통제의 권한’이다. 인공지능이 점차 강력해질 수 있는 이유의 근원에는 바로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있다. 수많은 이용자들의 빅데이터가 모여서 컴퓨터를 가르치기 때문에 똑똑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들의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어떤 선택들을 강요하는지 투명하게 알 권리가 있는 셈이다. 디지털 문명 비평가 니컬러스 카는 저서 <유리감옥>에서 “컴퓨터는 우리의 신실한 벗이자 친근하고 친절한 도우미가 되고 있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의 정체성을 정확히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를 더 면밀히 검토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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