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통해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이들에 감사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수상작 나오기까지>
평가위원장 총평

알파고 덕분에 실감한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은 새삼 디지털 기술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우리 삶을 변화시켰지만 디지털 기술만큼 삶 전반에 큰 파급력을 미친 기술은 없었다. 너무 빠른 발전 속도와 복잡성 덕분에 디지털 기술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힘들다. 그럴수록 호흡을 가다듬고 주위를 차분하게 둘러봐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진다.

첨단기술의 화려함에 대한 찬사나 그 파괴적인 혁신에 대한 우려에 그치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기술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적극적으로 모색해 봐야 한다. 비록 소박한 기술일지라도 이용자에 대한 배려나 이용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기술, 창의적이지만 결코 안전을 도외시하지 않는 기술, 정보 독점의 우위를 뛰어넘어 정보 공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기술, 전통적인 사회적 가치의 실현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기술의 혜택에서 누가 소외되고 있는지, 기술발전의 소용돌이에서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HTA)의 심사 과정은 바로 그러한 여정이었다. 정보의 접근성이 극대화된 시대에 오히려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뒷받침해주는 서비스,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디지털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등 기술 발전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사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 보호에 꾸준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펼치는 인터넷 서비스와 공공 데이터 공개를 통해 정부의 투명성과 시민의 참여를 높이려는 공공 부문의 시도 등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다양한 가치가 어떻게 조화롭게 창출될 수 있는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밖에 디지털 기술이 구현된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후보작들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치중되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세계적으로도 하드웨어와 결합된 디지털 기술의 유용성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아직 눈에 띄는 기기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기술의 구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윤종수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2016 평가위원회 위원장

이에 대한 기대는 다음 기회로 넘겨본다. 이 상 자체가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여정인 만큼 다음번 평가와 시상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궁금하다.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과 이를 논의할 기회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윤종수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2016 평가위원회 위원장(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 리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