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사진과 음성 연결…감각장애인의 입으로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대상·최우수상>
대상: 보완대체의사소통/엔씨소프트문화재단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의 ‘보완대체의사소통’(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은 말과 언어 표현 및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 프로그램이다. 뇌성마비, 자폐성 발달장애, 지적 장애, 중복감각 장애, 청각 장애 등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의 사회생활을 돕는다는 점에서 사람을 위한 정보기술 사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보완대체의사소통은 사진이나 그림 같은 ‘상징’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사과 사진이나 그림을 선택하면 상대한테 “사과”라는 말을 들려준다. 자폐나 지적 장애의 경우엔 문자보다는 그림이, 그림보다는 사진이 더 쉬운 메시지 전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더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사회공헌 사업으로 2014년 5월 태블릿 기반의 ‘마이 퍼스트 에이에이시’를 보급한 데 이어 2015년 11월에는 스마트폰 기반의 ‘나의 에이에이시’ 시리즈 3종(기초·아동·일반)을 내놨다. 올 3월에는 추가로 상징 출력 기능을 갖춘 개인용 컴퓨터(PC) 기반 나의 에이에이시를 선보였다. 모두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은 20여만명에 이르고 해마다 7천여명씩 늘고 있다. 발달장애인 본인과 가족들의 가장 큰 불편사항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이들에겐 보완대체의사소통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전에도 유사한 도구가 있었으나 80만~300만원씩 하는 고가의 전용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등 문턱이 높았다. 가정은 물론이고 특수학교와 치료실에서도 구비하기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후관리가 되지 않았다. 전용기기를 써야 해,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하는 문제도 있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누구나 사용하는 태블릿,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했다. 나아가 사용자 눈높이에서 활용성을 크게 개선했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내놓아 사용자들이 장애 정도와 처한 상황에 따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기초 버전은 가정·학교·치료실 등에서 특수학교 교과서 언어학습 과정의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아동 버전은 300여개의 상징을 이용해 ‘물 상징+주세요 상징=물 주세요’ 형태의 문장형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일반 버전은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해주는 기능을 통해 문자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피시 버전은 상징을 종이에 출력해 사용할 수 있다.

상징을 쉽게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메신저로 받은 사진을 상징으로 활용하고,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돼 있는 촬영·녹음 및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기능 등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 개인정보를 전혀 요구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발달장애인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특수학교 교사, 장애 치료실 종사자 등도 흔히 쓰고 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보완대체의사소통은 발달장애인을 인격체로 존중받게 하고,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효과도 내고 있다. 실어증과 뇌졸중 등 후천적 원인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사람들의 재활을 지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