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가습기 살균제’ 집단사망 사건은 제품의 유해성 여부가 제공되지 않는 화학물질이 어떻게 치명적 재해로 이어지는지를 아프게 알려줬다. ‘알 권리’가 곧 ‘살 권리’임을 모두 실감했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기업 90%는 유해물질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공개되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고 감시가 이뤄진다.
27개 노동·환경·보건·여성단체들이 2014년 결성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가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운동’과 함께 제작해 보급한 앱이 ‘우리동네 위험지도’다. 국민 안전보다 기업 이익과 비밀을 우선시하는 관행에 맞서 제한적으로나마 공개된 정보를 통해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려, 위험물질에 대한 사회적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알리는 구실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전국 3200개 업체에서 배출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배출량을 제공한다. 발암성, 생식독성, 환경호르몬 등 해당 화학물질의 위험정보를 안내한다.
안전하고 알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영리단체들이 힘을 모아 만든 ‘우리동네 위험지도’는 시민 참여를 통해 앱을 만들고 앱에는 위험정보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알권리법’ 제정을 청원하고 정부기관에 제안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제작개발비는 아름다운재단의 공모사업 지원금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000여명의 시민 성금으로 조달되었다. 앱이 공개되면서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를 제정하는 등 우리 사회의 화학물질 정보공개 제도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