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알림톡’과 통신사들의 ‘전국대표번호’ 서비스가 그동안 기업들이 부담하던 통신비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매개체 구실을 하며 잇속을 챙겨 소비자들한테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이렇게 이쁜 서비스가 왜 이제 나왔냐”며 반기는 모습이다. 덕분에 해당 서비스 사업자들은 눈총을 받으면서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카카오가 올 초 내놓은 알림톡은 카카오톡(카톡)으로 문자 알림을 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항공사들은 발권 내역을, 택배업체들은 배송 상황을, 카드사들은 이용 내역을 카톡을 통해 알려줄 수 있다. 기업들은 알림톡 등장 전까지는 이동통신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해 상품·서비스 주문 및 배송·유지보수 정보를 알려왔는데, 건당 이용료가 알림톡보다 비쌌다. 카카오는 “건당 이용료가 이동통신 문자메시지를 이용할 때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와 대항항공 등 주요 택배업체와 항공사를 포함해 220여개 기업과 지역 상점 1900여곳이 알림톡을 이용 중이고, 증권·보험·카드사들도 알림톡으로 전환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아낀 비용을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이동통신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는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 하지만 알림톡으로 받으면 데이터통화료를 부담해야 한다. 서울와이엠시에이(YMCA)는 “알림톡 한 건 받을 때마다 글자 수에 따라 1.25~25원의 데이터통화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문자 알림은 2005년에만 850억건에 달했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알림톡 수신 거부 장치가 있고, 기업 프로필 첨부로 스미싱(개인정보 갈취) 문자 걱정을 덜어주는 장점도 있다. 데이터통화료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엘티이(LTE)를 기준으로 건당 데이터통화료가 0.15~0.38원밖에 안 되는 것으로 계산됐다”며 “기업과 소비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덩달아 전국대표번호 서비스도 기업이 부담해야 할 통화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기에 한다는 이유로 다시 뭇매를 맞고 있다. 전국대표번호 서비스는 전국에 산재한 사업장들이 하나의 번호로 고객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1544·1566·1577·1588 등의 국번을 사용한다. 같은 기능의 080(수신자요금부담) 전화는 기업이 통화료를 부담하는 데 비해 전국대표번호는 통화료를 소비자한테 부담시킨다. 이미 상당수 국내 기업이 전국대표번호를 쓴다. 미국 등의 기업들이 080 전화를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케이티 관계자는 “080 전화는 홈쇼핑방송 등 일부에서만 사용되고, 080 전화를 쓰는 기업 상당수도 전국대표번호를 함께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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