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게임즈가 11일 공개한 모바일 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리니지Ⅱ 레벌루션’ 모습. 넷마블게임즈 제공
대표적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스토리·캐릭터·배경 등을 사용한 모바일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역할수행 게임(MMORPG)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리니지를 계승한 게임끼리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도 예상된다. 리니지 지적재산권을 가진 엔씨소프트는 로열티 수익을 늘리면서 캐릭터들의 인지도를 높여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고,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온라인게임 리니지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쉽게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인 넷마블게임즈는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의 야심작 ‘리니지Ⅱ 레볼루션'을 공개했다. 이 게임은 온라인게임 리니지Ⅱ를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이날부터 예약가입을 받아 10월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동시에 1600명이 함께 역할을 나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작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원작의 감성을 계승해 리니지 경험자들에게 익숙하다. 리니지 브랜드 인지도와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게임 기술력이 합쳐진 대작인 만큼, 오래 사랑받는 게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Ⅱ 레볼루션이 몬스터 길들이기·세븐나이츠·레이븐의 뒤를 이어 국내 모바일게임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며 “공성전으로 이(e)스포츠 대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중국 게임업체 스네일게임즈가 리니지Ⅱ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사용한 모바일게임 ‘혈맹’을 내놨다. 중국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스마트폰 성능에 맞추다 보니 그래픽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니지를 계승한 모바일게임은 엔씨소프트도 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 스토리와 캐릭터를 사용한 ‘리니지 레드나이트’는 올 가을에, 리니지Ⅱ 기반은 올 연말 베타테스트를 거쳐 내년 상반기쯤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니지는 1988년 출시된 대표적 온라인게임이다. 리니지Ⅱ는 2013년에 나왔다. 리니지는 한때 동시접속자가 10만을 넘었고, 지금까지 누적 매출이 3조원이 넘는다. 전 세계 게임 이용자 대다수가 리니지를 이용해봤고, 지금도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이다. 순발력을 발휘하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모바일게임 업체 쪽에서 보면, 리니지를 계승한 모바일게임은 성공을 보증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짧은 시간에 게임을 개발하고 리니지 경험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늘릴 수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지난해 엔씨소프트와 지분을 공유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도 리니지를 계승한 모바일게임을 내놓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당시 두 업체의 제휴를 두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넥슨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넷마블과 손잡았고,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백기사’로 나섰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방 의장은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백기사라고? 나는 사업가다. 앞으로 엔씨소프트와 사업적으로 협력할 분야가 많을 것으로 판단돼 손을 잡았다. 리니지 지적재산권을 모바일게임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중국 스네일게임즈가 지난 7월 출시한 모바일 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리니지Ⅱ 혈맹’ 장면. 스네일게임즈 제공
엔씨소프트는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계승한 모바일게임이 많을수록 리니지 캐릭터 인지도가 높아지고 지적재산권 수입도 늘어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 캐릭터가 유명해지면 리니지 스토리와 캐릭터로 영화나 뮤지컬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부산 지스타(국제게임전시회) 때 이미 ‘블레이드앤소울’을 계승한 뮤지컬을 선보인 바 있다.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마블은 영화 캐릭터를 게임업체에 개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갖고 있다. ‘마블 퓨처 파이트’ 등 마블 캐릭터를 사용한 모바일게임이 4종이나 나왔다. 일본 닌텐도는 최근 가정용 게임 캐릭터 ‘포켓몬’을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에 제공해 대박을 쳤다. 백영훈 넷마블게임즈 사업전략담당 부사장은 “모바일게임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글로벌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며 “리니지, 마블, 닌텐도, 디즈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게임 캐릭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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