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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신기술 무대? 우리집 3D TV는 어디에 쓸까

등록 2016-08-15 15:44수정 2016-08-15 15:50

[올림픽과 첨단 기술]

라디오, 컬러TV, 위성중계 등
올림픽은 첨단기술의 알림터
2012 런던올림픽 ‘3D 시대’ 예고 불구
마케팅만 있고 누릴 콘텐츠는 없어
기술이 사회에 채택되는 구조 살펴야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세계적으로 3D 콘텐츠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2 런던올림픽은 ‘3D 올림픽’이라는 별칭을 얻고 세계적 가전업체들이 3D 티브이 판매 경쟁에 나서도록 했지만,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거의 흔적이 없다.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세계적으로 3D 콘텐츠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2 런던올림픽은 ‘3D 올림픽’이라는 별칭을 얻고 세계적 가전업체들이 3D 티브이 판매 경쟁에 나서도록 했지만,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거의 흔적이 없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세계적 스포츠 스타의 탄생과 함께 첨단 기술의 현주소를 전세계에 알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역대 올림픽은 스포츠과학과 기술 발달의 역사다. 1924년 파리올림픽은 최초로 라디오로 중계되며 세계인의 축제가 됐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는 선수촌 등 제한된 구역에서 텔레비전 중계가 이뤄졌다. 컬러텔레비전은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했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 때는 국제 텔레비전 중계가 처음 시도됐고 1960년 로마올림픽 때는 모든 경기가 텔레비전으로 중계됐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는 나사의 인공위성을 이용해 세계로 위성중계가 이뤄졌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가 등장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개막식 때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 입장객의 보안 검색을 강화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모바일이 올림픽 정보의 주요 플랫폼으로 활용됐다.

계측과 판정의 측면에서 기술 의존은 절대적이 되었고, 심판의 역할은 그만큼 축소됐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스톱워치가 처음 도입됐고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는 수영장에 터치패드가 사용됐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는 펜싱에서 최초로 전자채점 장비가 도입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김영호는 전깃줄을 달고 플뢰레 금메달을 따냈지만 2016 리우올림픽에서 박상영은 무선채점 장비를 통해 에페 금메달을 획득했다.

리우올림픽은 조정 경기 중계와 치안 등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으며 가상현실(VR) 영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세계 첫 5세대 이동통신과 제한적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다는 계획이고, 2020 도쿄올림픽은 자동번역과 자율주행차의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런던올림픽과 3D TV

올림픽을 통해 매력적으로 소개된 최신 기술이 늘 소비자에게 선택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게 3디 티브이 기술이다. 2012 런던올림픽은 ‘3디 올림픽’으로 불렸고, 방송사와 티브이 제조사들은 3디 영상이 앞으로 올림픽 경기 시청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마케팅을 쏟아냈다.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입체감을 주는 화면의 경험 강도에서 올림픽 경기 영상에 비할 만한 게 없다. 영국 스카이티브이는 세계 최초로 3디 전문 방송을 제공했고, 국내 에스비에스도 전용채널을 통해 런던올림픽 3디 영상을 서비스했다. 국내 티브이 제조회사들은 서로 다른 방식의 3디 티브이를 내놓고 서로 자사의 기술 방식이 뛰어나다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였다. 이는 실감 입체영상으로 올림픽을 즐기기 위한 3디 티브이 수요로 이어졌다.

한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의 판매량 기준으로 볼 때, 3디 티브이의 판매 점유율은 2012년 2% 수준이었으나 2014년에는 50%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구매자가 3디 기능이 추가된 프리미엄 티브이를 구입하는 게 유행이 됐지만, 얼마 못 가서 3디 티브이는 무용지물 처지가 됐다. 방송사와 제조사들의 홍보와 달리, 볼만한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디 전문 콘텐츠를 표방한 스카이티브이는 2015년 영상 송출을 중단하고 주문형 서비스만 유지하기로 선회했다. 다시 올림픽 특수가 찾아왔지만, 올해엔 자사의 3디 티브이 기술을 내세우는 전자회사가 없다. 실제로 3디 기능을 탑재한 티브이 출시도 크게 줄어들었다.

# 성공하는 첨단 기술의 조건

3디 방송 기술의 실패는 티브이 구매자들이 애초 기대와 달리 리우올림픽을 입체영상으로 시청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결과와 함께, 첨단 기술의 소비자 선택에 관한 중요한 교훈을 안겨준다. 입체영상 기술이 선보인 것은 오래전이지만, 방송과 전자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는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흥행 성공이다. 아바타의 성공 이후 많은 극장이 3디 관람 시설로 개조되었으며 방송 장비와 전자기기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3디 전용 기기를 만들어냈다. 3디의 매력을 알려준 영화를 계기로 3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판단을 하고 기기 개발과 마케팅에 나섰지만 3디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3디 티브이와 비슷한 모습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포켓몬 고의 폭발적인 인기를 통해서 마침내 사용자들이 위치기반 서비스와 증강현실(AR)의 매력을 경험하게 된 만큼 관련 기술이 대중화될 환경이 무르익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도 본격 기술과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일찍부터 증강현실의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왔다고 알리는 기업들도 있다.

3디 티브이의 좌초는 기술 중심 전략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용자는 기기와 기술을 통해서 미디어를 이용하지만, 결국 사람을 매혹하는 것은 콘텐츠라는 점이다. 특히 신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성공의 사례에서 과도하게 기술의 힘에 주목할 경우 그릇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바타와 포켓몬 고는 신기술을 통해 기술과 콘텐츠의 행복한 만남을 보여준 성공 사례이지만,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점이다. 아바타로 촉발된 3디 열풍이 꽃피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아바타 수준의 후속 콘텐츠가 나오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증강현실 기술보다 포켓몬 세대가 유년 시절 즐기고 꿈꿔온 세상을 성년이 되어서 만나게 해준 원본 콘텐츠 포켓몬이 핵심이다. 그 콘텐츠는 아바타의 경우 캐머런 감독이 14년 동안 준비한 결과이고, 포켓몬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장구한 역사가 자양분이었다. 사람을 매혹할 콘텐츠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뒤에야 기술도 비로소 빛을 더할 수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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