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전 록앤올 대표 페이스북 통해 주장
“정밀 지도는 세금 수천억 들여 만든 공공재”
“이용하려면 한국에서의 고용창출·세금·생태계가
우선돼야 하지만 구글이 이렇게 할 리 만무” 지적
일본서 구글이 비싼 사용료 요구해 서비스 포기 경험도
“정밀 지도는 세금 수천억 들여 만든 공공재”
“이용하려면 한국에서의 고용창출·세금·생태계가
우선돼야 하지만 구글이 이렇게 할 리 만무” 지적
일본서 구글이 비싼 사용료 요구해 서비스 포기 경험도
국산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만든 박종환 전 록앤올 대표가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를 허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용 창출과 세수 증대 같은 효과는 없으면서 관련 산업의 생태계가 훼손돼 제2의 ‘김기사’ 같은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박 전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구글이 가져가려는 대한민국 정밀 지도는 사기업 소유물이 아니라, 고산자 김정호의 후예들이 세금 수천억원 이상을 들여 만든 공공재”라며 “이를 활용해 비지니스를 하려면 한국에서의 고용 창출, 세금 납부, 관련 분야의 생태계 확산 등이 우선돼야 하지만, 구글이 지도를 갖고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비지니스를 한다고 해서 세금이 늘어나거나 고용이 늘어날 리가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구글은 정밀 지도 데이터를 스마트카에 적용하고, 이를 이용해 대한민국의 모든 실시간 교통상황과 상권 분석, 관심 장소 검색(POI) 등과 같은 고급 데이터를 만들어 비싸게 팔거나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한국의 지리정보서비스(GIS)와 위치정보서비스(LBS) 관련 분야의 생태계 훼손이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 년 전 일본에서 내비게이션 사업을 하려고 구글에 관심 장소 검색과 관련해 데이터·서비스 연계(API 제공)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더니 엄청나게 큰 사용료를 달라고 해 포기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세금이 적은 지역에 둔 서버에서 처리해 지도(구글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으로 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어 갖고 갈 수 없었다. 이에 구글은 지난 6월 ‘한국판 구글맵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하고 싶다’며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허용해달라고 우리나라 정부에 신청했지만, 반출의 정당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팽팽한 상태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용되면 구글맵의 최신 기능을 한국 기업들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관련 서비스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애초 8월25일까지로 잡았던 심의기간을 11월23일까지로 연장했다.
박 전 대표는 록앤올을 설립해 인기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내놔 국내 지도 서비스 업계를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록앤올은 지난해 카카오에 인수됐고, 지금은 ‘카카오 내비’로 탈바꿈했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카카오 내비 팀장을 맡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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