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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한국인들, 데이터 저장강박증 심하다

등록 2016-12-07 16:01수정 2016-12-07 21:32

베리타스 데이터 저장 행태 보고서 발표
13개국 1만22명 조사…열에 아홉명이 장애 호소
88% “회사가 데이터 무조건 저장한다” 응답
유출 시 회사와 개인에게 해 되는 데이터까지 저장
한국은 더 심각…법적 시비와 환경 악화 가능성
대기업 대외협력실 소속으로 국회를 담당하는 이아무개 부장은 지금 일을 맡은 이후 업무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카카오톡·이메일 자료를 대부분 갖고 있다. 나중에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 저장하다 보니 쌓였고, 이제는 보관하는 게 습관이 됐다. 기업 압수수색 보도를 볼 때마다 지워야겠다고 하면서도 엄두가 안 나 미루고 있다.

세계적 디지털정보 관리업체인 베리타스가 최근 13개 나라 1만22명을 대상으로 데이터 저장 행태를 조사했더니, 컴퓨터·태블릿·스마트폰(이하 정보기기) 사용자 10명 가운데 9명이 이처럼 데이터를 삭제하지 못하고 쌓아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응답자 대다수는 활용하지도 않으면서 해킹 등으로 외부에 유출됐을 때 자신이나 조직에 큰 해가 될 수 있는 것들까지 쌓아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베리타스가 내놓은 ‘데이터 적체 현황 보고서’를 보면, 기업에 몸담고 있는 정보기기 사용자 가운데 86%가 자신을 ‘데이터 삭제 결정 장애자’(data hoarder)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88%가 “회사가 모든 데이터를 무조건 저장한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고, 80%는 “(회사 컴퓨터에)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축적되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를 쌓아두는 이유에 대해서는 53%가 “나중에 참조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라고 응답했다. 베리타스는 “그만큼 기업 컴퓨터(서버)와 개인 정보기기에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쌓이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출되면 위험한 것까지 마구 축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베리타스는 “최종본만 갖고 있으면 될 것을 중간본까지 저장해두고, 사진 역시 잘 찍힌 것 한두 장이면 충분한데도 다 저장해두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암호화하지 않은 개인정보, 회사 기밀, 이직 시도 때 쓴 입사지원서, 직원들끼리 주고받은 부적절한 내용의 문자메시지까지 회사 컴퓨터에 저장해두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정보기기 사용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데이터 홍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응답자의 87%가 “쌓인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고 했고, 69%는 “오래된 파일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 정리하는 일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36%는 쌓아둔 데이터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는 대신 “3개월 동안 주말 근무를 할 수 있다”, 45%는 “내 옷을 전부 처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선 우리나라 응답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 해가 될 수 있는 데이터를 개인 혹은 회사 컴퓨터나 정보기기에 저장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96%로 전체 평균(83%)보다 높다. 국내 응답자 중 89%는 “기업이 저장하는 데이터 양이 증가하면서 데이터 침해 사고 발생 시 대응 시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분별한 데이터 저장은 법·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베리타스는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국민의 데이터를 오용과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반정보보호규정’을 제정해 2018년 5월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축적하는 기업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규정은 유럽 소재 기업은 물론 역외 기업들도 적용 대상이며, 위반하면 2천만유로(약 250억원) 혹은 매출의 4%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적으로도 데이터 양이 많아질수록 컴퓨터와 전기 소모량이 늘어난다.

조원영 베리타스코리아 대표는 “무분별한 데이터 저장 습관은 업무 처리 속도를 느리게 하고, 데이터 저장 공간을 낭비하며, 기밀 유출 위험을 높인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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