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딴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난감하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방안에 “법적 대응” 운운하며 버티는 버티는 모습을 보이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려가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구실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방안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9일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 황창규 케이티(KT) 회장, 권영수 엘지유플러스(LGU+)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의 최고경영자와 함께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조성진 엘지(LG)전자 대표이사를 오는 4일로 예정된 유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유 후보자에게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방안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를 물은 뒤, 이통사와 제조사 최고경영자들에게 유 후보자의 답변 내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는 지난 19일 사회 취약계층 이동통신 가입자의 요금을 월 1만1천원씩 추가 감면하고, 선택약정할인(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폭을 25%로 상향 조정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에스케이텔레콤)에게 월 2만원에 음성통화 200여분과 데이터 1GB를 기본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를 내놓게 하는 것 등을 포함하는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방안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반대하는 지원금 분리공시제 도입 추진도 들어있다.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채택된 업체들은 “겉으로는 통신비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방안의 실행 가능성을 최고경영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려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당은 수용을 압박하고, 야당은 부당하다는 말을 이끌어내려고 하지 않겠냐”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이통사 임원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통신비 인하에 버티는 모습을 보이면 엄청난 욕을 먹고, 장관 후보자의 답변 내용에 토를 달다가는 후환을 걱정해야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업체들은 최고경영자 대신 다른 고위임원이 나가면 안되겠냐는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관계자는 “당장 출장 일정을 잡을 수도 없고 해서, 다른 임원을 대타로 출석시키는 게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하면서 여야 간사 의원실을 통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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