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면을 과장하는 것은 부정적인 면을 과장하는 것만큼 논의에 해가 됩니다. 인공지능이 프라이버시와 고용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크리스토퍼 클라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수석 에디터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경제민주화포럼(공동대표 이종걸·유승희 의원)과 오픈넷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AI),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코노미스트에 길을 묻다’ 세미나에서 ‘위험과 보상-머신러닝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시나리오’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구글의 후원을 받아 인공지능(러닝머신)이 국가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시나리오를 만들어 미국·영국·호주·일본·한국과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점쳐보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클라크 에디터는 “인공지능 지지자와 반대자,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양쪽 모두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기 위해 과장법을 동원한다. 그 결과 인공지능에 관한 많은 논의가 도 아니면 모, 즉 유토피아적 미래로 우리를 인도하거나 아니면 우리의 종말을 초래한다고 하고 있다”며 “중간지대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모든 나라에서 긍정적 시나리오에 따라 투자와 교육이 이뤄졌을 때는 생산성과 국내총생산(GDP)이 기존 예측치보다 높아졌고, 부정적 시나리오를 따랐을 때는 떨어졌다. 결국 인공지능으로 생산성과 국내총생산을 높일 수 있느냐는, 긍정적 시나리오와 부정적 시나리오 가운데 어느 쪽을 따라갈 것이냐에 달린 셈이다.
클라크 에디터는 이와 관련해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법을 찾을 수 있었다”며 “첫번째는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다같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를 믿으세요’라고 하거나 알고리즘을 믿으라고 하면 안되며, 지식과 이해의 격차에는 잘못된 정보와 왜곡으로 채워진다는 것을 전제로 인공지능이 무엇이며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쉽고 단순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의 여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를 익명화해 사용할 수 있게 해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해소하는 조치를 취하고,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R&D)을 확대해 민간에 의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팀워크와 비판적 사고 같은 ‘소프트 역량’과 기초학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토론에 나선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연구 결과는 인공지능의 힘보다 인공지능의 부족한 능력에 따른 문제 해결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이 주목된다”며 “인공지능의 수퍼파워에 대비하기보다 인공지능의 무능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이코노미스트 보고서 가운데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법에 대한 조언은, 정부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회적 발언을 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행동지침에 해당된다”며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조차 인공지능이 가져올 수도 있는 다양한 종류의 위험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인공지능 개발 단계부터 모색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생산적일 수 있다는 의미 아니냐”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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