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네이버를 창업한 지 19년만이고, 지난해 3월 “네이버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매진하겠다”며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지 1년만이다. 이로써 이 창업자의 사내 직함은 글로벌투자책임자만 남게 됐다.
네이버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최인혁 비지니스위원회 리더와 이인무 카이스트 교수를 새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네이버는 “오는 3월19일로 임기가 끝나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이종우 숙명여대 교수가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해 후임을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의 이사직 사퇴 이유에 대해 “글로벌 인수합병과 신기술 발굴을 통해 신성장 동력 창출에 매진해야 해 여력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지아이오는 요즘 유럽·일본 현지법인을 오가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사업에 도움이 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물색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창업자가 오는 9월에 다시 이뤄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네이버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창업자는 지난해 9월 공정위의 첫 네이버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직접 임직원들과 공정위를 방문해 “회사 지분이 4.31%밖에 안되고, 순환출자도 없으며, 전문 경영인이 회사 경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총수로 지정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창업자가 네이버의 개인 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만큼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며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 총수 자격으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와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 질타를 받았다. 이 창업자가 이사회 멤버에서 빠진만큼 공정위 판단이 주목된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해 “지아이오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과 동일인 지정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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