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무개씨는 지난해 11월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재판매하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사은품으로 ‘에스케이 상품권’ 12만원어치를 받았다. 이후 초고속인터넷 품질이 떨어진다고 느껴 해지를 요청하자, 가입 때 받은 사은품과 같은 값의 현금으로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통신사들이 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이나 재약정을 맺는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상품권이나 물품을 제공한 뒤 1년 안에 해지하면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아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일 통신사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통신사들은 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이나 재약정 고객에게 8만~15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품권을 주지만 자전거·생활용품 같은 것을 줄 때도 있다. 하지만 1년 이내에 해지를 신청하면 이용기간에 따라 사은품을 반환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은품으로 15만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은 뒤 6개월 만에 해지하는 경우에는 절반인 7만5천원을 반환해야 한다.
문제는 현금으로 반환하라고 한다는 점이다. 가입·재약정 때 받은 상품권으로 돌려주겠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용기간을 하루 단위로 계산해 사은품 반환 금액을 산정하다 보니 10원 단위까지 발생한다. 소비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현금 반환 원칙을 정했다. 이용약관 설명서에도 명시돼 있고, 다른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사은품이 가입자들의 해지를 막는 ‘족쇄’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품질 불만이나 필요성이 없어져도 사은품 반환 부담 때문에 일정기간 이상 가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사은품 반환을 현금으로 요구하려면 사은품 대신 요금감면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재약정을 맺는 모든 가입자에게 사은품이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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