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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낙하산’ 막겠다는 KT 지배구조 개편, ‘CEO 견제’는?

등록 2018-03-04 20:22수정 2018-03-26 18:13

평소 ‘차기 회장후보군’ 관리·육성
‘기업경영 경험’ 심사기준에 명시
현직 CEO 권한 비대화 제어할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방안 미흡
“노조 등 추천 인사 들어가야” 주장도
케이티(KT)가 사내·외 차기 회장후보군을 관리하고 이 중에서 회장을 선임하는 내용의 지배구조개편안(이하 개편안)을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 정권에 의한 ‘낙하산 인사’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와 함께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현직 시이오(CEO)의 권한 비대화를 견제할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존에는 시이오추천위원회(사외이사 8명 전원+사내이사 1명)가 후보군 선정, 심사, 최종후보 결정까지 전 과정을 맡았다. 앞으로는 지배구조위원회(사외이사 4명+사내이사 1명)가 사내·외 회장후보군을 조사·구성하고 회장후보 심사대상자를 선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후 회장후보심사위원회(전 시이오추천위원회)가 회장후보자들을 결정하면 이사회(사외이사 8명+사내이사 3명)가 최종 후보를 확정해 주총에 추천한다.

케이티 관계자는 “지배구조위원회가 평소 회장후보군을 관리·육성하게 될 것”이라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승계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후보 심사기준 중 하나인 ‘경영경험’을 ‘기업경영경험’으로 좀더 명확하게 바꾼 것도 이런 의도를 보여준다.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인사들의 회장 선임을 어렵게 만드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 경영진 견제에 필요한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방안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에 ‘정보통신·금융·경제 등 관련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나 전문지식을 보유하였는지 여부’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신설한 정도다.

케이티처럼 실질적 대주주가 없는 기업에서는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가 중요하다. 사외이사 추천을 현직 사외이사들이 하도록 하고 사외이사진에 여러 권한을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유착할 경우 현직 회장의 권한 남용이나 회장 선출 과정에서 현직 회장에 유리하게 제도를 운용하는 ‘불공정경쟁’을 막기가 어려워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말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만든다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황창규 회장의 연임 당시에도 이런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회장후보군 육성’ 방안 역시 현직 시이오가 잠재적 경쟁자들을 미리 견제해 성장을 가로막는다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이나 시민·소비자단체, 소액주주 등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포함시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 경영진에 비판적인 케이티새노조(케이티2노조)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마치 케이티의 문제가 ‘외풍’에만 있는 것처럼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담합해 내부견제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1월 케이티 시이오추천위원회가 황 회장 연임을 결정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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