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국내 포털·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원인이 된 ‘소셜 로그인’ 기능을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을 통해서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페이스북은 제휴업체에게 사용자 정보뿐만 아니라 친구관계, 게시글 등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 반면 국내 업체는 사용자 정보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소셜 로그인은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에 가입한 아이디(ID)로 다른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별 서비스를 이용할 때 기존 아이디로 로그인하고, 해당 서비스 업체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동의하는 식이다. 따로 회원가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은 있지만, 개인정보가 소셜 로그인을 허용받은 다른 업체로 넘어간 다음에는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있다.
25일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자가 동의해 다른 회사에 제공된 개인정보의 이용 현황을 감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비슷한 입장이다. 결국 네이버 등은 사용자가 동의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한 것이어서 관리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제휴업체가 소셜 로그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할 때 해당 업체로부터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등과 같은 약속을 받고 있지만, 약속 이행 여부는 점검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로 소셜 로그인을 할 때는 이름·이메일·별명·생일·연령대·성별 등을, 카카오톡 아이디로 할 때는 이름·이메일·프로필사진 등을 제공한다.
왼쪽부터 네이버의 외부연결 관리 페이지, 카카오톡의 외부연결 서비스 관리 페이지.
특히 많은 사용자를 거느리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른바 ‘플랫폼’ 기업들이 다양한 개발자들에게 자사와 관련한 게임·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툴’(오픈 API)을 제공해 수익을 챙기면서 책임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 플랫폼과 연결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그 데이터의 보안에는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한 점을 사고가 터진 뒤에야 깨달았다. 그는 정보유출 사태 이후 정보기술 전문매체 <레코드>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모니터링 없이 많은 개발자들에게 페이스북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규제 필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개발 포럼에 참석해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잘 만들어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보안업체 관계자 역시 “소셜 로그인을 할 때 사용자들이 어떤 정보가 해당 업체에 넘어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소한 어떤 정보가 제공되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셜 로그인을 통한 개인정보 제공 현황을 파악하려면 네이버는 웹사이트의 ‘내정보-보안설정-외부사이트연결’을,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설정-개인/보안-카카오계정-연결된 서비스 관리’에서 할 수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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