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식 씨제이(CJ)헬로 대표가 2016년 10월 서울 상암동 본사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화질과 속도를 개선하고 미디어커머스, 사물인터넷(IoT), N스크린(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등을 확대하는 내용의 5가지 차세대 기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제4의 사업자를 투입시켜 이동통신 독과점 체제를 깨면서 서비스·요금 경쟁이 일어나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씨제이(CJ)그룹 계열사로 알뜰폰 업계 1위 사업자인 씨제이헬로가 차세대 이동통신(5G) 사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에선 씨제이가 ‘헬로모바일’이란 브랜드로 이미 80여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데다 케이블방송 업계 1위 업체로써 고품질(광케이블)의 유선망을 많이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제4 이동통신 사업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업체로 지목돼왔다. 씨제이 계열사들이 영화·드라마·예능·공연 등 콘텐츠를 풍부하게 생산하고 있는 점도 제4 이동통신 잠재 사업자로 꼽는 요인이었다.
씨제이헬로 고위관계자는 12일 “엠엔오(MNO·직접 망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사업자)를 준비해왔다. 애초 지난 6월에 진행된 차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할당에 앞서 공론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그룹과 협의해왔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4 이동통신 사업자에 대한 지원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그룹도 결단을 못해 미뤄졌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도 여전히 경영진은 제4 이동통신 사업자로 참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씨제이가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기회로 삼아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참여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더불어 정부가 정말로 제4 사업자를 키워 이동통신 시장의 독과점을 깨고 서비스·요금 경쟁을 촉진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지원 의지를 밝혀 씨제이의 참여를 유도해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씨제이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참여를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을 피한 채 “당장은 알뜰폰 사업에 매진할 것”이라고만 밝혀왔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해마다 분석해 발표하는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중증 독과점 상태’이다. 과기정통부가 이동통신 요금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요구를 받을 때마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와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 등’을 통해 요금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알뜰폰의 경쟁 활성화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동안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초기를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적기로 꼽혀왔다. 차세대 이동통신과 4차 산업혁명을 묶은 사업모델로 이동통신 시장을 가입자 중심에서 서비스·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하는 그림을 그려,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중국의 텐센트 등 한·중·일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있는 글로벌 사업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델이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도 지난 6월 이통 3사에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등장에 대비해 주파수 일부를 남겨놨다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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