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KT 통신대란…방재시설 구멍·통신장애 ‘우회 루트’ 없어

등록 2018-11-25 18:59수정 2018-11-25 22:13

아현지사 150m짜리 통신구 화재
연소방지 설비없어 화재예방 실패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
‘빨리 복구’ 빼곤 속수무책
무선은 트래픽 몰려 ‘우회’ 무용지물

SKB 등 타사망 사용 협의도 없어
과기정통부 “재발방지 대책 마련”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케이티(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현장에서 케이티 직원 등이 통신선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littleprince@hani.co.kr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케이티(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현장에서 케이티 직원 등이 통신선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littleprince@hani.co.kr
24~25일 서울 서북지역 시민들의 주말을 마비시킨 ‘디지털 재앙’은 서울 충정로 케이티(KT) 아현지사의 150m짜리 통신구에서 시작됐다. 통신구 화재는 수년 전부터 발생해왔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통신구는 관련 규정상 연소방지설비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화재 예방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장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급이 더욱 컸다.

25일 케이티와 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24일 오전 불이 난 케이티 아현지사의 통신구는 서울 서대문·마포·용산·중구 지역 유무선 통신의 ‘동맥’ 구실을 하는 곳이다. 통신구는 케이블 부설을 위해 전화국 사이나 맨홀과 관로 사이에 설치한 길이 4m 이상의 지하도, 관로들 사이에 설치한 길이 10m 이상의 지하도다. 통신구는 폭이 2.5m, 높이는 2m 정도로 좁아서 불을 끄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통신구 화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 서울 종로5가 통신구에서 분전반 과열로 불이 나 190m 구간의 케이블이 타버렸고, 지상파 방송 송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2000년에는 통신구는 아니지만 전력·통신 케이블이 함께 지나가는 서울 여의도 ‘공동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26시간 만에 진화된 적도 있었다. 당시 화재로 유선통신 3만3천 회선이 장애를 겪는가 하면, 한국방송 위성채널 송출이 2시간 넘게 중단됐고, 9개 은행 지점 13곳의 입출금 업무가 마비됐다. 기존 사고는 대부분 과열·합선에 따른 것이었다.

여의도 공동구 화재 이후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돼 통신구와 같은 ‘지하구’ 화재 예방 기준이 강화됐으나, 이번에 불이 난 아현지사 통신구는 150m로, 길이가 500m에 미치지 않아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연소방지설비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케이티 쪽은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 대상은 아니었지만 화재감지기를 설치해놔 조기 진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난 불을 끄는 것과 별개로, 통신장애 해소 대책 역시 준비돼야 했지만, 케이티는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휴대전화 같은 무선통신은 기지국 장애가 발생할 경우 근처에 있는 다른 기지국으로 단말기가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화재 때도 아현지사와 가까운 여의도지사 등으로 우회하도록 했지만 주말인 탓에 인근 기지국에도 트래픽이 몰리면서 통신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이 케이티 쪽 설명이다.

초고속 인터넷 등 유선통신은 우회로가 마련돼 있지 않아, 21만5천 회선이 한번 장애를 겪으면 ‘빨리 복구하는 것’을 빼고는 대책이 없었다. 오성목 케이티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통신지사를 A~D 4등급으로 나누는데 아현지사는 백업 체계가 없는 D등급”이라고 밝혔다. A~C등급은 장애 발생 때 이를 ‘백업’할 수 있는 우회선로나 이중선로가 있지만 아현지사는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인 통신망 종합관리지침을 보면 “기간통신사업자는 시외통신망 및 주요 시내통신망의 우회소통 기능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체 통신망, 다른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 또는 자가통신망 등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운용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케이티의 통신망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을 경우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나 엘지(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어야 했지만, 현재 통신사업자들 사이에는 이런 계획이 없다. 이 때문에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화재 재발 방지 노력을 강화하되 이와 같은 사고 발생에 대비해 통신 3사 등 관련 사업자 간 우회로 등을 사전에 미리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6만전자’도 위태로운, 삼성전자의 중장기 리스크 1.

‘6만전자’도 위태로운, 삼성전자의 중장기 리스크

[뉴스AS] 왜 공정위는 ‘쿠팡·배민’을 독과점 플랫폼서 제외했나? 2.

[뉴스AS] 왜 공정위는 ‘쿠팡·배민’을 독과점 플랫폼서 제외했나?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성장 없는 세상’에 적응해야” 3.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성장 없는 세상’에 적응해야”

아이폰16에 생긴 ‘카메라 버튼’…‘애플 디자인’의 배신? 혁신? 4.

아이폰16에 생긴 ‘카메라 버튼’…‘애플 디자인’의 배신? 혁신?

10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음악 못 듣나?…‘공정위 제재’ 진실은 5.

10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음악 못 듣나?…‘공정위 제재’ 진실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