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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크레인 내려! 조심조심!”…“동케이블망 복구는 주말 돼야”

등록 2018-11-27 17:36수정 2018-11-27 18:26

27일 오후 3시
KT 통신구 화재 복구 현장
“광케이블 망은 노천으로 복구 완료
동케이블은 아직 불탄 것 빼내는 중”
“아현국사는 인터넷 통신망 집중국
아현지사 통신 설비도 이곳으로 옮겨와”
D등급 시설로는 꽤 중요한 기능 수행
화재가 난 케이티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동케이블이 뽑히고 있다.
화재가 난 케이티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동케이블이 뽑히고 있다.
“크레인 내려.” “자 이제 끌어올려. 조심조심. 거기 아저씨, 다치니까 물러나 주세요.”

27일 오후 3시 서울 충정로3가 케이티(KT) 아현국사 앞. 지난 24일 화재가 발생한 통신구를 덮고 있던 맨홀 입구를 넓게 파헤치고 불탄 통신망을 복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화재로 피복이 불타 누런 알몸을 드러낸 어른 팔뚝 굵기의 동케이블이 크레인에 이끌려 한가닥씩 지상으로 나와 건물 앞마당에 눕혀졌다. 다가서니 탄내가 확 느껴졌다.

“힘내자! 화이팅! 으 으!”

현장복구 대책본부가 꾸려진 부속 건물 쪽에서 구호 소리가 들려왔다.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김해관 케이티티 노조위원장과 복구 현장을 찾아, 통신망을 복구하느라 밤샘 작업을 이어가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구호를 외치는 소리였다. 앞서 케이티 노조는 이날 아침 “예기치 못한 안타까운 사고를 틈타, 서로 잘잘못을 따지고 떠넘기며 분열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불신만 더욱 초래할 뿐이다”라며 “먼저 큰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과 국민의 피해부터 복구하자”는 내용을 담은 노보 특별호를 만들어 출근길 직원들에게 건넸다.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복구 현장을 응시하고 있는 김영호 케이티 강북고객본부장(상무)에게 ‘언제쯤 복구가 끝날 것 같냐?’고 물었다. 그는 “고객 쪽에서 보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텔레비전 등 광케이블을 사용하는 통신망 복구는 끝났다. 급하게 복구하느라 밖으로 꺼내 놓은 케이블을 땅속으로 다시 집어넣는, 우리 내부 작업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불에 타 피복이 벗겨진 동케이블이 크레인에 의해 뽑혀 아현국사 앞마당에 널브러져 있다.
불에 타 피복이 벗겨진 동케이블이 크레인에 의해 뽑혀 아현국사 앞마당에 널브러져 있다.
그러고 보니, 광케이블 다발이 아현국사 건물에 까마득하게 걸쳐져 있다. 문제는 동케이블을 사용하는 유선전화와 카드결제 회선 등인데, 주말께 복구 작업이 마무리될 것 같단다. 옆에 함께 서 있던 송창석 강북고객본부 시에스(CS)담당은 “이쪽과 저쪽 지점을 노천으로 연결하면 되는 광케이블과 달리, 동케이블은 통신구에 들어있는 것을 한가닥 한가닥 다 끌어낸 뒤 새 것을 넣어 연결해야 한다. 그래서 크레인으로 한가닥씩 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카드에서 문자가 왔는데, 여기 화재로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에서도 카드 결제가 안됐다고 한다. 여기서 거기까지 커버하나?’ 기자의 물음에 송창석 담당은 “여기가 집중국이다. 여기를 경유하는 통신망 가운데 은평구와 고양시 등 서울 서쪽을 중계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중계 통신망은 광케이블을 사용해 대부분 복구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케이티 아현국사 건물 위로 광케이블이 걸려 있다. 통신망을 임시로 복구해놓은 것이다.
케이티 아현국사 건물 위로 광케이블이 걸려 있다. 통신망을 임시로 복구해놓은 것이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아현국사는 ‘폐쇄형 전화국’으로 간주돼 간부급 관리자조차 없고 중요 통신시설 기준에서 ‘D등급’으로 분류돼 있던 것과 달리, 통신망 설비 쪽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커버리지도 꽤 넓었던 셈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로 재개발에 들어간 원효지사가 갖고 있던 통신망 설비도 대부분 이곳으로 이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송창석 담당은 “아현국사는 인터넷 통신망 집중국이다. 원효지사의 통신 설비 가운데 유선전화만 빼고, 인터넷 통신망 설비는 모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케이티는 통신망 설비가 있는 전국 시설을 A~D등급으로 분류해 A~C등급 29곳은 집중 관리하고, 나머지 835곳은 D등급을 매겨 자체 기준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D등급 시설에는 이번 아현국사 화재에서도 드러났듯 통신망 백업 체계가 없고, 화재 등 재난 예방 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D등급은 정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도 하다.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27일 오후 김해관 노조위원장과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현장을 방문해 밤샘 통신망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27일 오후 김해관 노조위원장과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현장을 방문해 밤샘 통신망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확인하니, D등급은 아예 정부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전체 개수밖에 모른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계속 대책을 세운다고 하는데 D등급 위치도 모르면서 어디 가서 점검을 하겠다는 건지 참 갑갑하다”고도 했다.

배효주 케이티대리점주협의회 회장(오른쪽)이 케이티 아현동 통신구 화재 복구 현장을 방문해 이희창 케이티노조 강북지방본부 위원장에게 방진 기능 마스크를 전달하고 있다.
배효주 케이티대리점주협의회 회장(오른쪽)이 케이티 아현동 통신구 화재 복구 현장을 방문해 이희창 케이티노조 강북지방본부 위원장에게 방진 기능 마스크를 전달하고 있다.
이해관 케이티 새노조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애초에는 아현국사 통신시설의 중요도가 낮았을 수 있다. 하지만 주변 지사·지점의 인터넷 통신망 설비들을 옮겨다 쌓아 집중국이 됐으면, 등급을 높여 관리체제를 강화해야 했다”며 “전국에 이런 곳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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