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가운데)과 통신사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열린 통신재난의 사전대비 및 신속한 극복을 위 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사업자 간 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강종렬 에스케이(SK)텔레콤 아이시티(ICT)인프라센터장, 오성목 케 이티(KT) 네트워크부문장, 민원기 차관, 최택진 엘지(LG)유플러스 네트워크부문장, 박찬웅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인프라부문장. 과천/연합뉴스
지난 11월24일 통신구 화재로 통신대란을 일으킨 케이티(KT) 아현국사를 포함해, 주요 통신국사 가운데 9곳의 중요 등급이 실제보다 낮게 분류돼 소홀하게 관리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장애 때 광범위한 지역에 통신대란을 일으킬 수 있는 A급 통신국사 3곳과 B급 1곳, C급 2곳 등 6곳이 통신망 우회로를 갖추지 않았고, 통신구 가운데 상당수가 화재·수해·지진 등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중요 통신시설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케이티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와 통신대란 발생 사흘 뒤인 11월27일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며 “연말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중앙전파관리소로 하여금 통신국사·통신구·인터넷데이터센터 등 주요 통신시설 1300여곳 모두를 대상으로 관리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하도록 했다.
현장점검 결과를 보면, 실제로는 B급 통신국사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C·D급으로 낮게 분류된 게 2곳이고, C급인데 D급으로 분류된 게 7곳이었다. 과기정통부가 통신시설의 중요 등급 분류를 사업자 자체 판단에 맡기면서 사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다. 통신사들은 과기정통부 현장점검과 소방설비 구비 및 통신망 우회로 설치 등 의무를 피하기 위해 통신시설 중요 등급을 낮춰 보고해온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A~C급까지만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D급은 통신사가 알아서 관리하게 했다. 최근 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케이티 아현국사 역시 C급인데 D급으로 분류해 과기정통부의 현장점검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행법상 소방설비 의무 설치 대상인 500m 이상 통신구 93개 가운데 16곳이 자동소화장치를 갖추지 않았고, 12곳은 화재 자동탐지 설비, 80곳은 소방관서 연결 장비 등을 구비하지 않았다. 이는 소방법 위반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의 중요 통신시설 현장점검 결과를 넘겨받는 대로 법 위반 여부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케이티 아현국사 중요 등급이 허위 보고된 것에 대해 이미 시정명령을 했고, 나머지 적발 건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 등의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경우에도 통신이 끊기면 안 된다는 목표를 정하고 주요 통신시설 전체를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A~C급은 해마다, D급은 2년마다 점검한다. 또한 D급 통신국사도 우회 통신망을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500m 미만 통신구에도 소방시설을 갖추기로 했다. 안전·의료·에너지·국방 등 국가기반시설에 대해서는 통신망 이원화·이중화를 추진한다.
또한 통신재난 발생 때 사업자끼리 서로 통신망을 빌려주고(로밍), 와이파이를 개방한다. 통신재난 경보와 이용자 행동요령 등을 만들어 옥외와 대중교통의 전광판 등을 통해 알리고, 지하 통신구 지도의 데이터베이스화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통신사업자들과 ‘통신재난 사전대비 및 신속한 극복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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