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KT 사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가입자가 받은 전화의 발신번호와 통화시각·시간 등을 알려달라고 하면 통신사는 응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수신 통화내역을 알려달라는 요구가 많았으나 통신사들은 제3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20일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2민사부는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가 케이티(KT)를 상대로 제기한 ‘착신전화(걸려온 전화) 통화내역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케이티는 개인정보처리지침에 따라 이용자에게 착신전화의 발신번호 등 내역을 제공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김가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용자 요구 시 이동통신사는 착신 통화내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을 강화한 판결로 본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결백을 주장하거나 오해를 풀어야 할 때 등 걸려온 전화의 통화내역을 알고 싶을 때가 많다. 단말기에 기록이 남지만 지워지거나 단말기 교체로 사라져 통신사에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수신 통화내역에는 제3자(발신자)의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이유를 대며 이용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용자 발신 통화내역은 요금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보관하지만 수신 통화내역은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고 사실과 다르게 둘러대기도 한다. 그러나 케이티는 실제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수신 통화내역을 1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
케이티 개인정보처리지침에 명시된 개인정보 수집 내역. 개인정보처리지침 갈무리
케이티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했다. 오픈넷 역시 “1심 재판부는 착신 통화내역이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공익 대표소송인만큼 이 부분에 대한 판례를 남기고 싶다”며 케이티 쪽의 항소를 반겼다. 김가연 변호사는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착신 통화내역이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정보인권 보호 활동 차원에서 케이티 고객센터를 통해 현재 보유중인 자신의 개인정보 내용을 열람시켜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극히 일부만 보여주며 더이상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하자, 2017년 2월 케이티를 상대로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년에 가까운 소송 과정에서 조정 등을 통해 케이티는 발신번호·통화시각·통화시간 등 발신내역 등은 불완전하나마 제공했으나 착신 통화내역만은 제공을 거부해, 공개 청구 개인정보를 ‘착신 통화내역’으로 한정하는 청구 취지 변경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서만 법원의 판단을 받아본 것”이라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을 보면, 이용자는 사업자한테 개인정보 열람·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열람 요청을 거부하거나 묵살하는 경우가 많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사업자가 보유중인 개인정보 열람·정정이 언제든지 쉽게 가능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분명한 판례를 남겨, 케이티는 물론 다른 사업자들도 이용자들의 요구에 조건없이 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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