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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국경 넘나드는 데이터에 ’주권’이 있다?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9-06-25 16:26수정 2022-08-19 10:43

[더(the) 친절한 기자들]
데이터로 광고·투자수익 올리는 시대
“국외 반출 막자” 각국 보안에 총력
유럽·중국은 강력 규제 꺼내고
캐나다·러시아는 데이터센터 구축
한국은 노선 못 정하고 갈팡질팡
국가-개인 통제권 양립 가능할까

“우리나라 데이터를 잘 지켜내서 500년, 1000년 지나 후손들이 ‘그 때 네이버가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지아이오(GIO·글로벌투자책임)가 최근 디지털 경쟁력 관련 대담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기업간의 경쟁을 ‘별들의 전쟁(스타워즈)’에 비유하며 “데이터 주권을 지키려면 국내 기업 경쟁력이 중요하다”고도 말했지요. 온갖 데이터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에 ‘주권’이라니 낯설기만 합니다.

데이터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라 불립니다. 가공·분석만 잘 해도 광고 목표를 세분화하고 시장 흐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은 전세계 수억 명의 데이터를 쓸어모아 광고주에게 팔거나 대선에 활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80%가 구글인데다,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인기를 끌면서 국민 데이터 상당수가 나라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데이터 자원을 나라 밖으로 유출하지 않고 통제할 방안을 고민해왔습니다. 전략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미국처럼 강력한 정보기술(IT)기업을 양성하거나, 유럽처럼 강력한 법(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을 만들거나, 캐나다·러시아처럼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국내 서버로만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하는 겁니다. 중국처럼 이 3박자가 모두 맞물린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 노선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국외 기업과 경쟁해서 데이터를 따올 만한 플랫폼 기업이 극소수입니다. 강력하다는 개인정보보호법도 국외 기업의 국내 데이터 수집·반출을 규제하지는 못합니다. 본사가 국외에 있어 사업 내용을 면밀히 조사하기 어렵고 데이터 활용이 자유로운 미국 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죠. 국산 데이터센터도 속속 짓고 있지만 좁은 땅에 무한정 확장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정부와 업계는 최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목적 외 데이터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완화해 주면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국내 기업을 육성할 수 있고, 나아가 이들이 수집한 국내외 데이터도 국가 통제 아래 둘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개정안은 소비자 정보를 가명·익명 처리해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을 비롯한 과학적 연구와 통계, 기록보존 목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알아내려는 기업엔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국외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둬 법적 책임을 지도록 새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안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서로 다른 기관이 정보를 넘겨 받아 재식별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이를 관리·감독할 개인정보보호위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 상대적으로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할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 등이 개인 식별 아이피(IP) 등을 삭제한 개인정보가 재식별화된 사례가 있고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정부가 설립한 ‘비식별조치 전문기관’이 통신·금융 정보를 고객이 모르는 상태에서 결합시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법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은 플랫폼 기업들의 몫입니다. 소비자 불신을 딛고 법안을 무사히 통과시키려면 빈 공백만큼 업계가 자구책을 내놔야겠지요. 페이스북과 구글도 여러 차례 개인정보 무단 수집·유출로 비판을 받고 부랴부랴 자율규제를 만들었답니다. 정애령 숙명여대 교수는 ‘개인정보 국외이전 허용요건의 검토’ 보고서에서 “데이터 국지화가 강화되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아닌 ‘정부’의 데이터 통제권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정보 주체가 스스로 통제권을 갖고 결정할 때 새로운 정보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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