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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제도 공백 사이로 씽씽…안전망 필요한 ‘전동 킥보드’

등록 2019-12-15 18:36수정 2019-12-16 09:55

‘개인용 모빌리티’ 상생경제 키우려면

대중교통 전·후 이용 신개념 이동수단
버스·지하철에겐 일종의 결합상품
기존산업 경쟁자 없어 급속 확대
‘킥라니’ 신조어…교통사고도 급증

2022년 20만대 규모로 증가 예상
‘킥고잉’ ‘일레클’ ‘T바이크’ 잇따라
라임·빔 등 글로벌 기업도 국내 진출

규제 공백 메울 새 교통질서 시급
“버스와 함께 가기도, 이면도로도 불안”
안전 취약 ‘인도 진입 허용’ 법안 발의
정부·사업자·이용자 다 함께 고민해야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카풀부터 타다까지 올 한 해는 모빌리티-택시 업계 사이의 갈등이 뜨거웠다. 반면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PM) 시장은 별다른 갈등은 불거지지 않으면서도 성장세는 높았다. 특히 전동킥보드 등은 새로운 트렌드를 냉큼 받아들이는 서울 강남과 홍대에선 흔히 볼 수 있다. 내년에도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러나 새 이동수단의 등장에 따른 혼란도 크고, 제도의 공백도 있다.

개인형 이동수단은 지난해 9월 올룰로가 ‘킥고잉’이라는 전동킥보드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열렸다. 이후 쏘카 계열 ‘나인투원’의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일레클’과 카카오의 전기자전거 ‘T 바이크’가 등장했다. 올 여름엔 미국의 ‘라임’과 싱가포르 ‘빔’ 등 글로벌 기업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개인형 이동수단 규모가 2022년까지 20만대 수준으로 늘 것으로 내다본다. 불과 2년 전인 2017년만 해도 시장 규모는 7만5천대 수준이었다.

개인형 이동수단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우선 기존 산업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적어서다. 명지대 스마트모빌리티 연구센터장인 김현명 교수(교통공학과)는 “전동킥보드는 버스나 택시 등 교통수단이 아닌 도보를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기자전거처럼 평균 5㎞ 내외로 이동 거리가 길어지면 대중교통이나 택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갈등 요소가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새 이동수단의 등장으로 거리 모습도 변했다. 최대 시속 25㎞까지 낼 수 있는 기기들이 도로를 달리면서 ‘킥라니’ 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킥라니는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다. 모퉁이를 돌거나 교차로를 지날 때 예상치 못하게 킥보드가 등장해 보행자와 자동차 운전자를 놀라게 한다는 뜻이다. 실제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개인형 이동수단 탓에 일어난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으로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 수치보다도 크게 늘어 300건 이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개인형 이동수단 탓에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배경 중 하나로 규제 공백도 꼽힌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한다. 이에 전동킥보드는 인도나 자전거도로로 다닐 수 없고 차도로 다녀야 한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수역부터 홍익대학교까지 등교하면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 홍익대 재학생은 “킥보드를 차도에서 타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버스와 함께 달리기는 무섭다. 인도에서 타려면 보행자들과 부딪히지 않게 천천히 가야한다. 그냥 걸어가지 왜 돈 주고 킥보드를 탈까 싶다”고 했다. 그는 “킥보드 업체들은 도로와 인도 구분이 희미한 이면도로에서 타라고 권유하는데, 모퉁이가 많은 이면도로에서는 언제 자동차와 부딪힐지 몰라 불안하다”고도 말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현재 국회에는 전동킥보드가 인도나 자전거도로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안전문제와 관련해서 각 기업들은 보험사와 논의해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보험상품을 만들고 있다. 킥고잉을 운영하는 올룰로가 그렇다. 올룰로 관계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들 수 있는 보험이 없었는데 올해 중순부터는 고객이 킥보드를 빌리고 반납하는 지점 안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 보험상품을 적용하고 있다”며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때 어느 정도 사고가 발생할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보니까 보험사에서도 요율을 측정하는게 쉽지 않았다. 이제 1년 정도 운영해서 데이터가 모였으니 이를 바탕으로 상품을 개선하려고 보험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레클을 운영하는 나인투원과 씽씽을 운영하는 피유엠피(PUMP)도 이용자가 한 번 기기를 빌릴 때마다 이용자들에게 보험상품을 적용하고 있다.

주차 문제도 이슈다. 개인형 이동장비는 서비스 지역 안에서 나와 가까이 있는 기기를 찾아서 원하는 곳까지 타고 간 뒤에 원하는 곳에 주차를 하고 이용이 종료된다. 주로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근처, 혹은 빌딩 가까이에 주차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도로 한 가운데에 세워두는 경우도 많고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도록 길가에 잘 세워뒀더라도 이후에 바닥에 쓰러져서 통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상점 문 앞을 가리기도 해 민원도 발생하곤 한다.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도로 곳곳에 대여·반납 거치대가 설치돼 있지만, 개인형 이동장비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공유지인 도로에 거치대를 설치하는 게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들은 ‘주차 금지 구역’을 설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 중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한계가 뚜렷하다. 전동킥보드 대여와 반납은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이뤄진다. 이용자가 전동킥보드의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해서 기기와 휴대폰을 연결하면, 각 기업은 킥보드에 설치된 GPS를 바탕으로 이동 경로를 파악해서 이용자가 서비스 지역을 이탈했는지 등을 휴대폰을 통해 알려준다. 민원이 발생했던 장소 혹은 통행 방해가 우려되는 지역 등 업체가 주차금지 구역으로 설정해둔 곳에 이용자가 주차를 시도하면 이곳에는 ‘주차할 수 없다’는 안내를 보낸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주차금지구역에 세워둔 차에 견인 등 강제 조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보내는 이같은 알림을 따라야 할 의무도 없다.

대안으로 주변 상점과 협력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올룰로는 편의점·백화점·마트와 협약을 맺어서 킥보드 이용자들이 자주 주차할법한 매장에 반납 거치대를 설치했다. 이 거치대에 반납하는 이용자에게는 해당 매장에서 이용 가능한 쿠폰이 발급된다. 피유엠피도 소상공인과 협력해서 상점에 주차공간을 만들었다. 피유엠피 관계자는 “점주분들이 주차 공간을 내 준 거라서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점주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킥보드 이용자에게 주는 등의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대행 서비스 ‘띵동’도 운영 중인 피유엠피는 배달대행과 전동킥보드 사업을 연결해서, 킥보드 주차와 관련된 민원이 접수되면 띵동 배달원들이 30분 이내에 정리하는 방법도 병행 중이다.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은 내년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이동수단이 등장했기 때문에 여러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이용자와 기업·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이동수단이 갈등 없이 사회에 자리 잡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킥보드 사업자들에게는 당연히 영업할 권리가 있지만, 공공의 영역인 도로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니 도로의 다른 이들이 킥보드를 위해서 희생하거나 피해가 발생하면 안된다”며 “이것은 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교통 질서 혼란이 적도록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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