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이에스(CES)의 임파서블 푸드 부스 앞. 앞쪽엔 식물성 식품인 임파서블 버거.
어디선가 고기 냄새가 솔솔 났다. 7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인 ‘시이에스’(Consumer Electronics Show·CES) 개막일을 맞아 여러 아이티(IT) 업체들의 부스를 돌다보니 금새 허기가 졌다. 냄새를 따라가니 요리사 3명이 햄버거 패티 수십장을 굽느리 분주했다. 앞 쪽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진짜 고기는 아니었다. 콩 뿌리 추출물로 만든 가짜고기였다. 비욘드미트와 함께 미국에 ‘대체육’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임파서블 푸드의 소고기맛 식물성 버거 ‘임파서블 버거’였다.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이에스(CES)에서 임파서블 버거를 만들고 있는 직원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이에스에 참여한 임파서블 푸드는 정통 가전, 아이티 업체들에 못지 않게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해 식물성 소고기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이번에는 돼지 대체육 출시를 발표해 관심이 더 커졌다. 임파서블 푸드의 도전은 ‘푸드 테크’로 불리며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산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임파서블 푸드는 소고기와 함께 돼지고기 대체육으로 만든 먹거리를 준비했는데 금새 동이 났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오전에 돼지 제품을 1000개 준비했는데 사람들이 몰려 다 나갔다”며 “돼지고기 출시 발표 뒤 인기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 직원이 임파서블 버거를 나눠주며 “진짜 고기 버거와 맛 차이를 느끼겠냐”고 묻자 관람객들은 “잘 모르겠다” “진짜 햄버거를 먹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식물고기 생산은 지구를 살리고 환경을 지키는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임파서블푸드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와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등으로부터 투자금액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오는 13일부터 미국 버거킹 중 5개 도시의 139개 매장에서 식물성 돼지고기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돼지고기는 특히 아시아 시장 공략의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14억 인구의 중국은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가다. 지난해 확산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0년 시이에스(CES)에서 공개한 식물재배기 시제품.
식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가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시이에스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엘지(LG)전자는 가정용 식물재배기를 처음 공개했다. 마치 냉장고처럼 생긴 식물재배기에 씨앗과 토양, 비료가 들어간 일체형 패키지를 넣고 문을 닫으면 몇 주 뒤 채소가 자란다. 집에서 상추나 허브를 손쉽게 재배해 싱싱한 상태로 바로 먹을 수 있다. 삼성전자도 시이에스에서 식물재배기 시제품을 깜짝 공개했다.
시이에스(CES) 엘지(LG)전자 전시관에 설치된 식물재배기.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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