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에서 사이버링크가 공개한 성별, 나이 및 감정 분석 안면인식 기술.
“슬픔(Sad) 84%.”
화면 가까이 다가갔더니 숫자가 떴다. 별다른 감정 없이 서 있었는데 인공지능(AI) 얼굴인식 솔루션은 내 상태를 ‘슬픔’으로 규정했다. 일부러 한껏 웃음을 지어 보였더니 “기쁨(Happy) 96%”로 바뀌었다.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인 ‘시이에스’(CES)에선 얼굴을 촬영해 ‘나’를 감지하는 얼굴인식(facial recognition) 기술이 지난해에 이어 화두였다. 특히 얼굴인식이 대중화한 중국을 비롯해 중화권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대만의 사이버링크는 기존보다 진화한 얼굴인식 솔루션 ‘페이스미’(FaceMe)를 새롭게 공개했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나이와 성별은 물론 감정까지 분석하는 게 특징이다. 회사는 정확도가 99%에 이른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각) 전시관에서 만난 사이버링크 직원은 한쪽 눈과 입을 두 손으로 각각 가려도 ‘72.96% 유사’라는 표시와 함께 기존에 찍힌 자신의 사진이 업로드되는 것을 시연했다. 그는 자신의 소년 시절 사진을 띄운 뒤 지금의 모습을 바로 촬영해 대조했는데, 인공지능은 ‘72.2% 유사’라고 분석 결과를 띄웠다. 그는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 변화가 생겨도 얼굴의 유사성을 인식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통해 계속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에서 파워비전이 얼굴을 인식해 추적하는 드론을 공개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파워비전은 색다른 드론 겸 촬영기기를 새롭게 내놨다. 인공지능이 촬영 대상을 인지하면 그가 움직이거나 군중 속에 들어가도 놓치지 않고 대상물을 추적하며 촬영한다. 드론이기에 날아다닐 수 있어 수상 스키를 즐기면서 내가 주인공인 동영상을 셀프로 찍을 수 있다. 실제 손바닥을 폈다 접어 나를 인식시킨 뒤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니 카메라가 나를 따라오며 촬영했다. 시이에스 관람객 사이로 들어가도 나를 놓치지 않았다. 역시 얼굴인식 기술이었다. 신제품 가격은 899달러(약 104만원)다.
얼굴인식 기술은 정확도와 활용도에서 크게 발전하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 등 문제점도 있다. 중국의 경우 얼굴인식을 통해 무단횡단을 한 사람에게 모바일로 바로 벌금을 물리는 등 치안 전반에 활용한다. 사회주의국가라 가능한 측면이 있다. 개인정보가 국가 마음대로 수집되고 활용되기 때문이다. 메그비와 센스타임 등 중국의 대표 얼굴인식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을 의식한 듯 이번 시이에스에 참여하지 않았다. 영미권 기업들의 기술을 두곤 백인에 견줘 흑인과 아시아인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공지능이 초기부터 주로 백인을 위주로 학습한 탓이다.
이날 ‘슬픔 84%’라는 감정은 과연 맞는 분석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다. 미국과의 시차(17시간) 탓에 나흘 연속 낮에는 축구장 면적 40배 남짓의 큰 행사장을 쉴 새 없이 취재하고 밤에는 기사를 쓴 터라 피곤이 쌓였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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