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얼이 시이에스(CES)에서 전시한 의류관리기. 상단에 ‘무빙행어’ 기술이 구현돼 있다.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선 올해도 중국 가전들의 ‘한국 따라하기’가 눈에 띄었다.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 전시관에는 엘지(LG)전자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유사한 제품이 놓여있었다. 이 제품은 엘지전자의 독자 기술로 꼽히는 ‘무빙행어’까지 구현했다. 상단의 옷걸이가 1분에 최대 200회 흔들리면서 미세먼지를 털어주는 방식으로 엘지에게 특허가 있는 기술이다. 중국 티시엘(TCL)은 상단 통돌이, 하단 드럼 세탁기로 구성된 이중 세탁기를 내놨다. 상단에 드럼, 하단에 통돌이 세탁기를 조합한 엘지전자 트윈워시와 위 아래만 바뀌었다.
중국 스카이워스가 시이에스(CES)에서 전시한 로테이팅 88형 오엘이디(OLED) 텔레비전(TV).
텔레비전(TV)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스카이워스는 디스플레이가 가로에서 세로로 돌아가는 로테이션 티브이를 88형 8K 오엘이디(OLED)로 내놨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친화 세대를 겨냥해 지난해 내놓은 ‘더 세로’가 바로 연상된다. 리모콘을 직원이 누르자 화면이 돌아갔다. 2021년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직원은 설명했다. 하이센스 역시 ‘돌아가는’ 티브이를 전시해놨다.
하이센스는 엘지전자 롤러블 티브이와 유사한 ‘셀프 라이징’ 티브이도 발표했다. 일반 관람객 부스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엘지전자가 말아넣는 화면은 자발광하는 오엘이디 패널인 반면 하이센스의 레이저 티브이는 프로젝터로 쏜 영상을 화면에 반사시키는 방식이어서 기술에 차이가 있다. 권봉석 엘지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특허를 보유한 트윈워시를 여러 부스에서 확인하는 등 ‘카피(복사)’를 너무 빨리 잘 하고 있다고 느꼈다”라며 “기술 차별화에 진입 장벽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대표 기업 알리바바는 이번 시이에스에서 부스를 뺐다. 샤오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무역분쟁의 중심에 있는 화웨이는 참석했으나 최근 내놓은 스마트 티브이 등은 전시하지 않고 스마트폰 위주로만 부스를 꾸렸다. 자국에선 화려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로 열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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