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국내 대표 포털 서비스를 운영 중인 네이버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한 해 전보다 2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라인이 일본에서 벌이고 있는 모바일 사업에서 큰 폭의 적자가 난 데 따른 것이다. 네이버는 실적 악화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를 대량 소각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30일 발표한 ‘2019년 영업실적’을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7101억원으로 한 해 전(9425억원)보다 24.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출은 6조5934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18% 증가하며 1999년 설립 이후 처음 6조원을 돌파했다. 외형은 커졌으나 수익성은 크게 나빠진 셈이다.
매출이 많이 늘어난 데는 △광고 △비즈니스플랫폼 △정보기술(IT) 플랫폼 △콘텐츠서비스 등 주요 사업 부문이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등 고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웹툰과 브이(V) 라이브 등이 포함된 콘텐츠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콘텐츠서비스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작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에도 전년 동기에 견줘 두 배 남짓(118.6%) 성장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18년보다 1.7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이런 외형 확대에 견줘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일본 사업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 사업부문’은 지난해 매 분기 1000억 원대의 적자를 쌓아갔다. 연간 기준 적자 규모는 5377억원에 이른다. 라인 사업부문을 뺀 네이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0% 수준이지만, 이 사업부문을 합해 따져보면 이익률이 10% 선으로 뚝 떨어진다. 그만큼 라인 부문의 부진이 전체 실적에 끼친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라인 사업부문의 부진은 일본에서 야후와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마케팅비를 쏟아부은 데 따른 것이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벌인 출혈 경쟁이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네이버가
야후를 운영하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기업 결합을 포함한 ‘공동 사업’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이에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향후 두 회사의 경영통합에 따라 라인이 네이버 연결(회계 기준) 매출에서 제외되는 등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과 관련 일본의 경쟁당국이 심사를 진행 중이며, 네이버 쪽은 오는 10월께 경영 통합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날 실적을 공시하면서 자사주 소각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네이버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46만7000주와 오는 3월 31일까지 새로 취득할 자사주 8만3000주 등 총 55만주(981억7500만원)를 소각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올봄에 열릴 주주총회 이후 주당 376원씩 총 546억8천여만원 규모의 현금 배당도 하기로 했다. 이는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 14일 최고점(19만4500원)을 찍은 뒤 추세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자사주 소각 방침이 발표된 이 날은 전일과 같은 18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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