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 전세계를 뒤덮었던 가장 주요한 성폭력 피해경험 말하기는 #metoo(미투)였다. 한국에서도 크게 번졌던 미투 운동은 2017년 10월 할리우드의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올렸던 하나의 트윗에서 시작됐다. 트위터에서는 #미투를 포함해 프랑스의 표현의 자유 운동 #JeSuisCharlie(나는 샤를리다)나 미국의 #BlackLivesMatter(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처럼 사회 이슈를 논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140 글자로 세상과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지난 2006년 등장해 돌풍을 일으켰던 트위터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경쟁 플랫폼에 밀리면서 2010년대 초중반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미투 등 트위터에서 논의되는 사회 이슈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면서 부활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런 전략 덕에 적자를 이어가던 영업실적이 최근 흑자로 돌아서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주가나 이용자 수치 같은 다른 지표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고 지난달에는 ‘트위터 제2의 부흥’을 이끈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잭 도시에 대한 해임설도 나오는 상황이라 트위터가 앞으로 이런 난관을 어떻게 헤쳐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당신이 만약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면 이 트윗에 ‘미투’로 응답해주세요.” 미국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올린 이 트윗은 전세계로 확산된 미투 운동의 시작이었다. 트위터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이슈 공론장’으로 자리매김한 트위터
한국은 미국의 미투보다 1년 빠른 2016년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로 성폭력을 고발하는 움직임이 트위터에서 있었다. 이 해시태그는 이후 게임회사, 대학, 운동권, 영화계 등 #○○계_내_성폭력으로 확장됐다. 2017년에는 한국여성의전화가 가정폭력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인 일을 #경찰이라니가해자인줄 해시태그로 알리자, 수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자신이 겪었던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을 고발했다.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2018년 시작했던 #스쿨미투는 그 해 한국 트위터에서 가장 화제가 된 태그였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월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지현 검사의 미투와 ‘혜화역 시위’가 뜨거웠던 2018년에는 한국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키워드 1~4위가 모두 여성 이슈였다. #스쿨미투, #페미니즘, #몰카, #혐오 순이었고, #남북정상회담은 7위, 지방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혜경궁김씨는 9위였다.
트위터는 이용자들이 트위터를 통한 사회 운동을 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트위터 이용 규모가 커지면서 2018년 4월 트위터코리아에 새로 만들어진 정책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했다. 대관 업무와 표현의자유 등 트위터 콘텐츠 정책을 담당하는 윤채은 트위터코리아 정책실장은 “정책실이 만들어질 당시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이슈들이 뜨거웠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 끝에 여성 단체들을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슈 지원’은 트위터코리아만의 방침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한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도 방한 일정 중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청소년페미니즘활동가 양지혜씨, 오픈넷, 한국생명의전화 등 시민사회계와 직접 만났고, 스쿨미투에 대해서 “공론화는 우리 사회의 동력”이라며 “우리가 그런 활동에 공헌할 수 있었다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지지의 뜻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트위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의전화가 성폭력, 성차별과 관련된 인식개선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단체들은 트위터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트위터 상의 해시태그 캠페인을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방법을 배우고 항공료 등 비용과 광고비까지 총 6만달러(한화 약 7천만원)씩 지원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 3∼4월 성차별 인식개선 캠페인 #딸들에게장미를(가정 내 성평등 인식 개선) #SeatForWomen(시트포위민, 4월 총선 관련 여성 리더십 캠페인)을 진행한다. 김현수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이전에도 트위터가 ‘애즈포굿’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단체들에 광고비를 지원하는 걸 보면서 젠더 이슈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했고, 트위터 자체가 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플랫폼이었다”고 말했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팀장은 “많진 않았지만 전부터 트위터코리아 쪽과 교류도 있었고 비영리단체에게 홍보는 캠페인 성공의 중요한 부분인데 이에 대한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받아들였다”고 했다.
2019년 3월 한국을 방문했던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잭 도시. 트위터코리아 제공
침체기 겪던 트위터, '잭 도시표 전략'으로 다시 일어설까
트위터가 처음부터 소수자 등 이슈를 지원하는 플랫폼은 아니었다. 잭 도시를 포함한 4명의 공동 창업자가 ‘140 글자 안에서 가볍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만든 트위터는 2010년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이끌며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크게 주목 받았다. 하지만 곧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후발주자 플랫폼들에 크게 밀렸고 6초짜리 비디오 서비스 ‘바인’을 인수하며 사업 범위를 넓혔지만 이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3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트위터의 주식은 한 때 74.73달러까지 올랐으나 2015∼16년 10달러 대로 곤두박질 쳤다.
창업자들 사이의 경영권 다툼으로 트위터를 떠났던 잭 도시는 2015년 트위터 최고경영자로 임명되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경영권을 잡은 도시는 불필요한 서비스를 정리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트위터의 사업 방향을 재설정했다. 잭 도시는 “우리의 주력분야에 집중했다”고 했는데, 윤채은 실장은 “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트위터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적 논의를 건강하게 만드는 점에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3·8 세계여성의날을 포함해 5월3일 세계언론자유의날, 9월10일 세계자살예방의날, 12월10일 세계인권의날 등 유엔이 지정한 기념일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해 광고 캠페인을 지원했다. 윤 실장은 “이런 공공 이슈에 대해 ‘이모지’ 광고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모지는 트위터에서 특정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글을 쓰면 자동으로 생성되는 그림 혹은 영상인데 다른 광고 지원보다 이모지 지원이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대규모 적자를 내던 트위터의 영업실적을 반등시켰다. 2011년 이후 내내 적자이던 트위터는 2017년 4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지난해 4분기까지 9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실적 개선에 대해 트위터 쪽은 “초반 흑자는 구조조정 등 영향이라고 봤지만, 9분기 연속 흑자가 이어지는 것은 이런 전략이 먹혀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트위터가 완전히 다시 일어섰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도시가 최고경영자가 된 뒤로 영업실적은 향상됐지만, 이용자수 지표는 2012년에서 2015년까지 성장한 뒤로 계속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주가도 여전히 낮다. 2016년 2분기 13.72달러까지 떨어졌던 주식은 30~40달러 수준으로 오르긴 했으나, 지난 금요일(6일) 종가 기준 트위터의 주가가 33.46달러에 머무는 등 ‘한창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 트위터의 지분을 상당 부분 갖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5월 주주총회에서 도시를 해임하는 안건을 의결하려 한다는 얘기도 지난달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갈수록 판단이 어려워지는 혐오와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콘텐츠 정책을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트위터가 중요하게 풀어가야 할 과제다. 트위터 입장에서는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이들도 또 다른 고객이면서, 동시에 사실상 지지를 표명한 쪽인 페미니스트 진영이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오는 4월 한국 총선과 가을에 있을 미국 대선 등 선거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공론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점도 큰 이슈다. 플랫폼의 생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이 문제에 대해 윤채은 실장은 “트위터는 이용자들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들로부터 신고가 누적된 게시물이나 계정에 대해서는 이를 알리는 표시를 하면서 이용자들이 게시물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게 하고 있다”며 “표현과 관련된 정책은 멈춰있지 않고 새로운 상황을 반영해 언제든 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