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중국 화웨이가 매출액의 15%에 해당하는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5세대(G) 통신 장비 쪽 기술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샤오미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아이오티)을 합한 ‘에이아이오티’ 등 미래 기술에 향후 5년간 8조6천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술 굴기’ 속도전이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화웨이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9년 영업실적’을 보면, 지난해 매출은 8588억위안(148조290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9.1% 늘었다. 이는 한 해 전 매출액 증가율(19.5%)에 견줘 소폭 내려간 것이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를 겨냥한 무역 제재가 쏟아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이유로 총매출에서 중국 내 매출 비중은 한 해 전(51.6%)보다 8%포인트 가량 늘어난 59%였다. 무역 제재 탓에 내수에 기댄 성장을 한 셈이다. 코로나19 충격에다 미국이 자국 기술로 만들어진 제조 장비로 반도체를 생산한 경우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추가 제재’도 검토하고 있어 이런 화웨이의 매출 둔화와 자국내 비중 확대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화웨이는 기술력 강화로 위기에 맞서려는 듯 보인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알앤디 투자 규모다. 지난해 이 회사의 알앤디 투자액은 1317억위안(22조71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예고한 알앤디 투자액(1200억 위안)보다 2조원 가량 더 썼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알앤디 투자 규모에 견주면 화웨이의 기술 확보 의지가 좀더 분명히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조2천억원을 알앤디 투자에 썼다. 화웨이 알앤디 금액의 매출 대비 비중은 삼성전자(8.8%)에 견줘 7%포인트 가량 더 크다. 화웨이가 지난해 자체 개발한 5G 통합칩 반도체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시킨 건 이런 노력의 결과다.
같은날 지난해 영업실적을 내놓은 샤오미는 사물인터넷과 텔레비전(TV) 부문에서 높은 매출 성장을 과시했다. 이 영역에서만 매출이 한 해 전보다 1.5배 가까이 늘어난 621억위안(10조7600억원)이었다. 2017년 뒤늦게 티브이 사업에 뛰어든 샤오미는 ‘홈 아이오티’ 중심에 티브이를 두는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올 하반기엔 엘지(LG)전자와 일본 소니 등에 이어 오엘이디(OLED) 티브이도 내놓는다. 샤오미는 에이아이오티 등에 5년간 500억위안(8조6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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