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해양경찰청·소방청이 긴급구조 목적으로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이동통신사를 통해 받으면서 국회 보고 등 사후 관리 절차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들도 긴급구조 대상자 휴대전화 위치정보 제공 내역 자료의 국회 제출 의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경찰청·해양경찰청·소방청은 본인·배우자 등의 긴급구조 요청을 받은 경우 이통사에 구조 대상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이들 기관과 이통사 모두 각각 요청·제공 내역을 6개월마다 1월30일과 7월30일까지 국회에 보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위치정보법을 보면, 경찰청·해양경찰청·소방청은 요청 내역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이통사들은 제공 내역을 국회 과방위에 보고해야 한다. 긴급구조 목적의 정보 제공이라도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놓은 법적 안전장치이다.
정 의원은 “국회 행안위·과방위, 입법조사처, 경찰청, 소방청, 해양경찰청,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 등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해양경찰청은 최근 3년 동안 긴급구조 대상 휴대전화 위치정보 확인 내역을 한번도 제출하지 않았고, 엘지유플러스는 3회, 케이티는 1회 빠뜨렸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소방청 역시 제출 기한을 넘긴 경우가 많았다.
경찰청·해양경찰청·소방청이 제출한 자료의 수치와 이통사 쪽이 제출한 자료 수치가 서로 맞지 않는 문제도 드러났다. 이통사들이 과방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경찰청·해양경찰청·소방청에 최근 3년 동안 5052만1118건을 제공한 것으로 돼 있으나, 각 기관이 국회 행안위에 낸 자료에는 6428만6813건으로 돼 있다.
정 의원은 “정부 기관들과 이통사들이 위치정보의 민감성과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실 관리를 하더라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자료 제출 규정은 있지만 국회가 이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절차가 없고, 제출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규정도 없다. 위치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해경은 “2015년 법 개정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긴급구조 대상자 휴대전화 위치확인 내역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정 의원은 전했다. 경찰청은 따로 <한겨레>에 “제출 기한을 넘긴 것은 기한 날자를 잘못 해석해서이고, 정부 기관 제출 자료의 수치는 요청 건이고 이통사 제출 자료 수치는 제공 건이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엘지유플러스는 “국회 제출은 몇번 빠트렸으나 방통위에는 빠짐없이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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