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2005년 위치정보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지금까지 15년 가까이 사업 변경 허가는 물론이고 사업 실태점검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위치정보 수집·활용(이하 위치정보)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셈이다. 이통사들이 가입자들의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를 몰래 축적해 빅데이터 사업에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위치정보 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기에 앞서 사후관리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조정식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이통 3사는 2005년 위치정보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사업 변경 허가나 사업 실태점검을 받지 않았다. 그동안 허가받은 다른 위치정보 사업자 215곳도 마찬가지다.
현행 위치정보 이용 및 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위치정보법)은 위치정보 사업을 위해서는 자금조달 및 영업 계획 등이 포함된 사업계획서와 주주명부 등을 방통위에 제출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업계획과 주요 주주의 적격성을 따져 허가를 내주라는 뜻이다. 당연히 허가받을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 내용 등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확인하는 사후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위치정보법 시행 첫해(2005년)에 위치정보 사업 허가를 받은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사업계획 변경 허가와 정기점검은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다. 15년 전 받은 허가로 지금까지 사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통사들의 위치정보 활용 사업은 이후 내비게이션과 빅데이터 등 종류와 규모 모두 크게 확장됐다. 더욱이 일부 사업자는 2005년 허가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분실돼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조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위치정보법(제5조 7항)에 허가받은 사업자가 위치정보시스템을 변경할 때도 ‘변경으로 개인 위치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수준이 허가받은 때보다 낮아지는 경우에 한정해’에 변경 허가를 받게 돼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데이터베이스 보호 방화벽 등 위치정보 보호 기술이 허가 시점 수준을 유지하는 한 사후관리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위치정보 사업자에 대한 사후관리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사업 허가 권한을 가진 방통위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지난해 7월 24일 열린 제37차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욱 방통위원은 “2015개 위치정보 사업자에 대한 실태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다소 의문이 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위치정보 사업의 진입규제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와 함께 215개 전체 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도 한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허 위원 지적의 이행 여부를 묻는 조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위치정보 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또한 조 의원의 ‘정기적인 사업자 관리·감독 필요성’ 질문에는 “필요성은 공감한다. 다만 현재 방통위 인력 구조(사무관 1명·주무관 1명)상 상시 점검은 어려워, 언론보도와 민원 등의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후관리 부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언론보도와 신고 등으로 위치정보를 몰래(사전 고지·동의 없이) 수집한 게 드러나도 처벌은 과태료 3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방통위가 최근 10년 동안 위치정보법 위반 행위자를 제재한 내용을 보면, 총 제재 건수는 7건이고, 이 가운데 ‘동의 없이 위치정보 수집’ 행위 3건에 대한 처분은 모두 과태료 300만원으로 결정됐다. 방통위는 “위치정보법에는 시정명령 처분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정명령 처분이 없으면 같은 행위를 반복해도 시정명령 위반으로 가중처벌을 할 수 없게 된다.
조정식 의원은 “위치정보 사업자에 대한 사후관리가 매우 부실하다는 게 확인됐다. 사업자 관리 부실은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위치정보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통사들이 가입자들의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를 몰래 축적해 빅데이터 사업에 활용하고 있지만, 동의와 허가를 받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며 “방통위가 위치정보 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려고 하고 있는데,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계획 갱신과 실태점검 대책 등과 함께 사후관리와 법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정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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