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페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 화면. 플레이스토어 갈무리
전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한국이다.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가운데 95%를 차지할 만큼 높은 한국의 스마트폰 보유율(퓨리서치)은, 스마트폰에서 결제·송금을 자유자재로 실현시킨 디지털 자산의 활용을 급격히 확산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서비스다. 한국은행은 2018년 국내에서 간편결제로 결제된 금액이 총 81조원 정도라고 추산한다. 이는 지난해 온라인 결제 시장 총액의 약 9% 수준이다. 같은 해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조사 결과에선 성인 남녀 2530명 중 57%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지금 방식의 디지털 자산 대중화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곳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다. 국내에는 아직 상륙하지 못했지만, 애플은 2014년 ‘애플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아이폰을 구입하면 스마트폰만으로 간편하게 온라인 결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 일단 애플페이의 `맛'을 본 이용자들이 추후에도 계속 아이폰을 사용하게 되는 이른바 `잠금효과'를 노린 셈법이다.
애플은 2019년 4분기 기준 애플페이 연간 결제량이 150억건을 돌파했으며 매출과 거래량도 전년 대비 2배 정도의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미국 매체 <쿼츠>는 지난 2월 기사에서 전세계 신용카드 거래의 5% 정도가 애플페이로 결제되고 있으며 2024년에는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를 완전히 대체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시장 장악력을 자랑한다. 삼성은 2015년 스마트폰 갤럭시S6 모델을 시작으로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 수준으로 장악하고 있다. 2018년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이용금액(약 29조5420억원) 중 81.6%가 삼성페이다.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에서는 삼성페이 결제가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밖에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 혹은 포털사이트 등 플랫폼 기업들이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도 다채롭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50개가 넘는다. 2014년 출시된 카카오페이는 월 4조원가량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고, 2015년 출시된 네이버페이는 결제금액 기준 국내 점유율 1위다. 최근 2~3년 새 간편결제 서비스에 뛰어든 이베이코리아(스마일페이), 쿠팡(쿠페이), 에스케이(SK페이), 신세계그룹(SSG페이), 롯데(L페이) 등도 수백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플랫폼 기업들이 독자적인 디지털 자산 체계를 만들고 경쟁하는 이유는, 구매자들의 결제 데이터를 확보해 또 다른 사업을 도모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정 수준 이상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파악한 구매자들의 구매 양상에 따라 각각에 최적화된 타기팅 광고를 할 수도 있다. 검색한 단어를 분석해서 관련 상품을 배너광고로 띄우는 구글의 지디엔(GDN·google display network) 광고가 대표적이다.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플랫폼들이 소비자의 소비성향 정보를 손에 쥐고, 이런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막강한 잠금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차이, 페이코인, 크립토닷컴처럼 암호화폐를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들도 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암호화폐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의 할인율이 여타 간편결제보다 높다는 부분이다. 스마트폰 이용 확대나 데이터 확보를 위해 ○○페이를 내미는 사업자들은 저마다 결제액 1~2% 적립 또는 특정 조건 충족 시 할인 등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 50만명과 누적 거래 638억원을 기록한 차이는 고객들에게 많게는 약 10%의 할인과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암호화폐 기반 서비스는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해서 시장에 유통하고 거기서 나오는 주조차익을 거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내에서도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한 결제는 급속도로 대중화하고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자료
한편, 은행직불망을 이용하는 제로페이도 디지털 자산의 새로운 쓰임새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제로페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7~10% 할인해서 판매하는 지역사랑상품권과 연계돼 있다. 이 상품권을 구입해서 제로페이 앱으로 결제하면 많게는 20%까지도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자체들은 코로나19 극복, 지역경제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 등의 취지를 앞세워 지역사랑상품권 판매량과 할인 폭을 늘리고 있다. 결제액 전체 30%가 소득공제 대상이기도 하다.
본래 쇼핑, 도서, 영화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문화 진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1998년 만들어진 문화상품권도 기존 자산의 디지털 자산화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문화상품권을 많게는 10%까지 할인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구매해 온라인 결제 등에 사용하면 그만큼 할인받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종이 상품권이었던 문화상품권은 2012년 이후 모바일 버전으로도 판매된다.
김동환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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