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이동통신 요금제 가입자가 고가 요금제 가입자보다 데이터통신을 최대 14배까지 비싸게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 가입자 유치 목적으로 저가 요금제 가입자들에게 통신비 부담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소비자연맹 주관으로 열린 ‘5G 서비스 소비자 피해실태 및 이용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의 ‘100MB당 데이터통신 요금’ 차이는 15배였다. 월 4만5천원짜리 케이티(KT) 5세대(5G) 요금제(세이브)의 100MB당 데이터통신 요금은 9천원인데 비해 6만9천원짜리 요금제(심플)는 627원에 불과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LGU+) 역시 각각 월 5만5천원짜리 슬림과 라이트 요금제는 6111원인데 비해 7만5천원짜리 스탠다드는 각각 375원과 500원이다. 해당 분석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한범석 변호사가 진행했다.
15일 서울 한남동 한국소비자연맹서울지부 강당서 ‘5G 서비스 소비자 피해실태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이런 요금 격차는 엘티이(LTE) 요금제에서도 나타났다. 케이티 ‘베이직’(월 3만3천원)의 100MB당 데이터통신 요금은 2357원인데 비해 ‘데이터ON 베이직’(6만9천원)은 690원, 에스케이텔레콤 ‘세이브’(3만3천원)는 2200원인데 비해 ‘스페셜’(7만9천원)은 527원이었다. 엘지유플러스의 ‘데이터33’(3만3천원)은 2200원, ‘데이터 69’(6만9천원)는 460원이었다.
이번 분석은 통신 3사의 엘티이·5G 요금제가 모두 음성통화·문자메시지는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데이터 용량만 차등 제공되는 점을 들어, 월 정액요금을 100MB당 요금으로 환산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 변호사는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데이터통신 요금을 차등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가입자 차별을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3항은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돼 있다.
이동통신사 출신의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는 “정액요금제를 설계하면서 기본료 개념을 그대로 둔 채 데이터통신 요금으로 고가 요금제 마케팅에 도움이 되게 하려다 보니 가입자를 차별하는 꼴이 됐다”며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주는 기본 데이터의 미사용분이 이통사들의 낙전 수입이 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5G 서비스 소비자 피해 현황과 개선방안’ 발제를 통해 “5G 서비스 개시 시점부터 올 상반기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10개 소비자단체 및 공정위·한국소비자원과 16개 광역시도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 통합처리시스템)에 접수된 5G 관련 소비자 상담이 2516건에 이른다”며 “계약해지 관련 상담이 40%로 가장 많고, 품질이 30%, 계약 불이행이 20%, 가입 당시 부당행위가 6.2%로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계약해지 관련 상담 건수의 상당수는 품질이 불량해 해지를 요구했는데 이통사가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상담 신청자 5명 중 1명은 50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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