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첫 번째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무제한 사용 상품과 대화내용 유료 저장 서비스다. 올 상반기엔 유료와 후원 모델을 포함한 새로운 콘텐츠 구독 플랫폼을 내놓는다. 성장 잠재력이 큰 구독 시장 진출에 카카오가 속도를 내고 있다.
■월 정액으로 이모티콘 무제한 이용
카카오가 13일 출시한 ‘이모티콘 플러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월 정액으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모티콘 뭉치인 이모티콘 세트를 5개까지 내려받을 수도 있다. 대화창에 입력된 단어나 문장을 토대로 알고리즘이 이모티콘을 자동 추천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1년 11월 처음 선보인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현재 15만개의 이모트(메시지 단위의 개별 이모티콘)가 있다.
한달 요금은 4900원이지만 서비스 오픈 기념으로 한시적으로 3900원만 받는다. 첫 한 달은 무료다. 오는 10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확정하면 결제 방법이나 가격이 변경될 수 있다. 결제는 지난해 말 구독 서비스 강화 방향을 밝히면서 내놓은 ‘카카오톡 지갑’을 통해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카카오 쪽은 “지난 9년간 이모티콘 생태계 성장을 이끌며 수많은 창작자 및 이용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월 정액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 쪽은 구체적인 이모티콘 추천 방식이나 이모티콘 작가와의 수익 배분 방식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베타서비스를 진행했던 ‘톡서랍 플러스’도 이날 정식 출시됐다. 그동안은 카톡 기록을 백업하면 대화 내역만 저장할 수 있었지만 이 상품을 이용하면 사진, 동영상, 파일, 링크, 연락처 등도 보관할 수 있다. 월 990원에 100기가바이트(GB)가 제공된다.
■세계적으로 성장 중인 구독경제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구독 시장 진입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11월 카카오톡 채널을 개편한 것도 이런 흐름 중 하나다. 소비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위니아에이드의 딤채 김치냉장고와 바디프랜드 안마 의자,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등을 월 사용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독 상품은 카카오가 직접 정액 요금을 받고 제작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라면,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서는 제조사의 구독 상품을 중개하는 역할에만 머무른다.
이에 이날 ‘이모티콘 플러스’와 ‘톡서랍 플러스’ 출시는 카카오가 구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엔 뉴스·음악·글·동영상 등 콘텐츠 구독 상품 출시도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가 ‘구독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아 빠른 속도로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조혜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소유에서 공유, 나아가 구독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제품·서비스 구독에 대한 접근과 유통이 단순해지면서 구독경제 기반 비즈니스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독경제 모델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딧스위스 자료를 보면, 구독경제의 시장 규모는 2015년 4200억달러(460조원)에서 지난해 5300억달러(580조원)로 불어나고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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