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주차관리 앱 ‘아이파킹’에서 이용자 본인 차의 주차 위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 차의 주차 위치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행정지도에 이어 사실조사에 나섰다. 자가용 차의 주차 위치는 운전자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민감한 사생활 정보로 꼽힌다. 악용되면 사생활 정보 침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28일 방통위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이파킹 앱의 내 차 주차 위치 확인 기능에서 다른 사람이 소유한 차의 주차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차량번호 만으로 쉽게 어느 주차장의 어느 위치에 주차돼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3자가 내 차 주차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흥신소 등이 불륜 현장을 확인하는 등 불법 목적으로 악용한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이파킹은 국내 대표 모바일 주차관리 서비스 앱이다. 2015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주차관리 서비스를 시작해, 28일 기준 전국적으로 3579개 ‘아이파킹존’(주차장)을 운영 중이다. 동시에 총 60만2928대를 수용할 수 있다. 하루 평균 주차 이용 대수는 1만609대, 누적 주차 이용 대수는 6억3507만대에 이른다. 지금은 카카오(카카오T)와 에스케이텔레콤(티맵주차)도 뛰어들었지만 주차장 수와 이용자 수에서 아이파킹에 미치지 못한다.
방통위는 지난달 초 이를 인지하고, 다른 사람 차 주차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당장 차단하라고 선 조치성 행정지도에 나섰다. 방통위는 “주차관리 앱에 제3자 차 주차 위치 확인 기능이 들어있다는 게 알려지면 악용 사례가 더 늘 수 있다고 판단해 우선 기능 차단에 주력했다”며 “26일 현재 해당 기능은 중지된 상태로 파악되며, 이와 별개로 법을 위반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킹클라우드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당 사업자가 행정지도를 즉각 이행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한 앱 제작사 파킹클라우드 쪽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통로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몰래 수집해 활용해온 것에 이은 또다른 이용자 개인 위치정보 침해 사례가 드러난 것”이라며 “모바일 주차관리 앱에 제3자 차 주차 위치 확인 기능이 포함된 경위와 악용 사례, 위치정보·위치기반서비스 사업 허가·신고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걸러지지 않은 이유 등이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쪽에선 파킹클라우드가 이용자 개인 위치정보 침해 문제로 방통위 행정지도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고지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주요 생활밀착형 위치정보 서비스를 대상으로 위치정보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인터넷진흥원과 개인정보보호협회와 합동으로 점검반을 구성해 주차관리, 자녀안심관리, 지도, 교통, 배달, 공유 모빌리티 등 일상 생활에서 위치정보가 밀접하게 이용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이용자 수가 많은 서비스를 중심으로 실태점검을 벌일 것”이라며 “우선 3월부터 주차관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을 대상으로 위치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등 위치정보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살피고, 법 위반 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2005년 위치정보·위치기반서비스 사업 허가·신고 업무를 시작해, 2월 말 기준 275개 위치정보사업자와 1740개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 위치정보 활용 범위가 산업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위치정보 사업자 수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재허가·재신고 심사나 위치정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실태점검은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