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아파트에 쓰이는 콘크리트 가격을 담합한 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콘크리트 파일의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삼일씨엔에스 등 24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018억3700만원을 부과했다고 26일 밝혔다. 콘크리트 파일은 주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기초공사에 활용되는 고강도 콘크리트 말뚝이다. 업계에서는 ‘PHC파일’이라고 부른다.
이들 업체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콘크리트 파일의 기준가격 인상이나 생산량 감축 등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콘크리트 파일의 판매가격은 기준가격에 단가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업체들은 총 4번 기준가격 인상에 합의했다. 또 단가율은 60∼65% 수준으로 하한선을 설정해놨다. 이런 합의는 판매가격을 인상·유지하는 효과를 낳았다.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물량도 통제했다. 2014년까지 이들 업체는 업계 전체의 재고량이 적정 수준보다 많을 때마다 생산량을 줄였다. 공장 토요일 휴무제와 공장 가동시간 단축 등을 실시하는 식이었다. 또 건설사 입찰에서는 서로 순번을 정해 투찰 물량을 나눴다. 견적서를 낼 때도 사전에 정해놓은 기준가격과 단가율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 입찰 담합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건설사 입찰의 경우 무늬만 입찰이고 실질적으로는 수의계약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됐다”며 “심결례에 따라 이번 사건에는 가격 담합과 생산량 담합 혐의만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2008년 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담합을 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철근과 시멘트 등의 가격은 올랐으나 업체 간 경쟁으로 콘크리트 파일 가격은 하락한 상황이었다. 삼일씨엔에스와 아이에스동서, 아주산업 등 17개 업체가 먼저 기준가격 인상 등에 합의했고, 이후 나머지 7개사도 담합 협의체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담합 기간에 실제로 가격이 상승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파일을 구매한 건설사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특히 주력 생산제품인 A종 500㎜ 구경 콘크리트 파일은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했으며, 대체로 합의한 수준을 상회하거나 육박했다. 담합이 끝난 2017년 이후에는 가격이 급락하는 양상을 띠기도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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