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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해운업 호황에 화주들 “운임 상승 너무 가팔라” 불만 팽배

등록 2021-08-12 13:44수정 2021-08-13 02:42

미국 화주들, 연방해사위에 운임 불만 제기
바이든 대통령은 요금담합조사 카드 꺼내들어
해운사 “화주 불만 빌미로 규제 강화” 우려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과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해운 운임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전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해운업이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한편에선 해운사들과 화주들 간 운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해운 운임의 빠른 상승에 대한 화주들의 불만이 팽배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운 운임 안정화 방안으로 해운업계 가격담합 조사 카드를 커내들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 미국 연방해사위 “항만혼잡료 부과 자료 제출하라”

12일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의 말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이하 연방해사위)는 미국 화주들의 화물을 실어나르는 글로벌 해운업체 8곳에 항만혼잡료 부과 관련 자료를 1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내 유일 원양 해운업체 에이치엠엠(HMM)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항만혼잡료를 부과하는 해운사에만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미리 공지한 뒤 요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 절차를 지켰는지, 항만혼잡료 분담 기준이 적정한지 등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해운 운임은 기본 요금과 함께 유류할증료와 항만혼잡료 같은 부가요금(서드 차지)을 부과하는 구조로 돼 있다. 유류할증료는 기름값의 갑작스러운 상승분, 항만혼잡료는 항만 혼잡으로 배가 제때 접안하지 못하거나 접안 뒤 화물을 싣거나 내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 등으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해운사와 화주가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부가요금은 해운사별로 다르고, 일부 해운사는 항목에 따라 부과하지 않기도 한다.

■ 바이든 행정부 “글로벌 10대 해운사 점유율 85%…독과점 상태”

연방해사위가 글로벌 해운사들에게 운임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상황 파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해운업은 선복량(화물을 실을 공간)이 공급과잉 상태여서 운임이 덤핑 수준이었다. 연방해사위가 굳이 들여다볼 이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 조짐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코로나19 방역 조처에 따라 항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태가 맞물리면서 해운 운임이 큰 폭으로 오르자, 부담이 커진 화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미국 대통령까지 관심을 갖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운업계 담합행위 조사 행정명령은 전세계 10대 해운사의 시장점유율이 2000년 51% 수준에서 지금은 80%대로 높아졌다는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다. 주요 해운사가 사실상 글로벌 해운시장을 독과점하면서 운임을 부당하게 부과했을 수 있다고 보며, 해운사가 화주에게 부과하는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지연 및 할증(detention & demurrage) 요금을 단속하도록 한 것이다.

다니엘 마페이 연방해사위원장은 성명에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확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규칙을 어기는 해운업체들을 식별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미 운임과 국가별 선복량 배정 등에 대한 반경쟁적 행위의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운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해운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계선사협의회(WSC)는 “해운업계 스스로 공급망 혼란을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해운시장, 그중에서도 정기 컨테이너선 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한 해운사 관계자는 “항만혼잡료는 미국 항만의 혼잡 문제 탓에 발생하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요금 부과를 문제삼을 게 하니라, 항만이 제대로 돌아가 배가 제 때 접안되고 화물 처리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게 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 해운업계 반발 “항만 관리나 잘 하세요”

해운사들은 연방해사위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화주들의 불만 제기를 빌미로 해운사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운시장에서 코스코 등 중국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중국 발 화물 비중이 커지는 점을 들어 미-중 갈등 여파가 겹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10대 해운사 가운데 미국업체는 없다. 연방해사위는 미국 화주들의 이익만 챙기면 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제임스 후캄 세계화주포럼 사무총장은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즈>(FT)에 “연방해사위 조사가 당장은 미국에서만 효과를 내겠지만, 점차 다른 지역 규제 당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 운임 폭발적 증가세로 해운사들은 배를 불리는 반면 화주들의 부담은 커지며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해운 운임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세계 15개 컨테이너 운송 노선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매주 금요일 발표)는 9일 3932.35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이고, 지난해 같은 때(8월14일)의 1167.91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높다. 3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 물량을 실어내는 시기여서 해운 운임의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해운 운임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요금’, ‘역사적인 속도’라고 보도 중이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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