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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AI=악마’라던 머스크, 전기차 넘어 ‘인간형 로봇’ 만든다

등록 2021-08-20 15:13수정 2021-08-20 19:04

전기차 1위 테슬라, 로봇 사업 진출 선언
자율주행 슈퍼컴퓨터용 자체 제작 칩도 공개
테슬라봇의 모습. 테슬라 ‘AI 데이’ 유튜브 영상 캡쳐
테슬라봇의 모습. 테슬라 ‘AI 데이’ 유튜브 영상 캡쳐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미국 테슬라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봇 사업에 뛰어든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로봇 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시장에 진출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테슬라는 내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사용할 예정인 슈퍼컴퓨터 ‘도조’(일본어로 각종 훈련을 하는 ‘도장’을 의미)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D1’도 최초로 공개했다. 엔비디아 등 기존 반도체 설계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칩을 만드는 기술력을 과시한 셈이다.

 ‘AI=악마’라던 머스크, 로봇 사업 진출

테슬라봇 구조. 테슬라 ‘AI 데이’ 유튜브 영상 캡처
테슬라봇 구조. 테슬라 ‘AI 데이’ 유튜브 영상 캡처

테슬라는 1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AI 데이’에서 자체 제작 로봇인 ‘테슬라봇’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테슬라봇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위험한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에 시제품(Prototype)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테슬라봇은 키 177cm, 무게 57kg인 성인 사람의 모습을 본떴다. 눈에 띄는 건 테슬라 전기차의 자율주행 기술과 같은 AI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로봇의 머리에 달린 카메라가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사람의 눈 역할을 하고, 몸통에 들어간 소형 컴퓨터가 카메라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해 판단과 제어를 하는 방식이다.

테슬라는 매년 대형 행사를 열고 회사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공개했다. 애초 올해 AI 데이는 2019년 개최한 ‘오토노미(자율주행) 데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테슬라는 ‘전기차를 넘어선 AI의 다음 단계’라는 표어를 내걸고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 제작을 선언한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로봇 사업에 진출한 건 테슬라가 처음은 아니다.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전기차는 사람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 뿐 사실상 AI 로봇에 가깝기 때문이다. 형태가 다르지만 기술의 본질은 비슷하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 6월 과거 미국 구글 산하에 있던 로봇 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1조원가량에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반대로 일본 소니의 로봇 개발팀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간 AI 기술 발전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일론 머스크가 사람을 닮은 AI 로봇 개발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설에서 AI 기술을 가리켜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또 2017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2019년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디스토피아(가상의 암흑세계)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테슬라봇이 사람의 노동을 지원 또는 대체하는 역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고 우려가 큰 위험한 일을 테슬라봇이 대신할 수 있는 얘기다.

슈퍼컴퓨터 반도체 칩 자체 제작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에 들어가는 자체 제작 칩 ‘D1’. 테슬라 ‘AI 데이’ 유튜브 영상 캡처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에 들어가는 자체 제작 칩 ‘D1’. 테슬라 ‘AI 데이’ 유튜브 영상 캡처

이번 AI 데이가 기술자 채용 목적도 있는 만큼 행사의 상당 시간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소개에 할애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간의 인지, 판단, 제어 과정과 비슷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전자가 눈으로 본 도로 환경을 뇌 속의 뉴런(신경세포)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로 인식하는 것처럼 사람의 신경망을 본뜬 인공 신경망을 사용해 자율주행 AI를 학습시킨다.

쉽게 말해 테슬라 전기차 외부에 달린 카메라 센서가 사람의 눈 역할을 하고, 차량 내 반도체 칩이 작은 뇌, 테슬라 본사에 있는 슈퍼컴퓨터가 작은 뇌를 총괄하는 큰 뇌의 기능을 한다. 현재 도로를 굴러다니는 100만대 넘는 테슬라 전기차가 돌발 상황 정보 등을 본사 슈퍼컴퓨터에 전송하면 AI가 이를 학습한 후 무선 통신(OTA)을 이용해 각 차량의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지난 7월 일부 차량에 도입한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풀셀프드라이빙(FSD) 9.0 베타 버전’에선 전기차에 레이더 센서를 아예 없애고 카메라 8개만으로 이전보다 진화한 주행 기술을 보여줬다. AI가 인공 신경망으로 접한 정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2.0과 도로 환경을 시간을 결합한 3차원(3D) 영상으로 인식하는 기술을 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전엔 2차원(2D)의 평면적인 이미지로 정보를 인식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운전자의 손과 발이 자유로워지는 현행 자율주행 2단계 기술 중 테슬라의 기술력이 다른 완성차 제조사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선 이 같은 기술 외에 테슬라의 신형 슈퍼컴퓨터인 ‘도조 컴퓨터’에 들어가는 자체 제작 반도체 칩 ‘D1’을 처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칩을 사용했으나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최적화한 새 칩을 내놓으며 내재화 기술력을 과시하고 자율주행 성능 개선을 예고한 셈이다.

테슬라는 앞서 2019년 개별 전기차 안에 장착한 엔비디아 칩도 직접 개발한 칩(하드웨어 3.0)으로 바꾼 바 있다. 머스크는 “엔비디아의 칩은 인공 신경망 훈련을 위해 만든 부품이 아닌 만큼 특화된 칩(ASIC)을 사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얻을 것”이라며 “내년에 도조 컴퓨터를 실제 작동하면 AI의 학습 시간을 단축해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 “자율주행이 사람보다 안전”…주가 방향 관심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에 들어가는 자체 제작 칩 ‘D1’. 테슬라 ‘AI 데이’ 유튜브 영상 캡처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에 들어가는 자체 제작 칩 ‘D1’. 테슬라 ‘AI 데이’ 유튜브 영상 캡처

“지금 가진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사람보다 훨씬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날 행사에서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테슬라 ‘오토파일럿’ 조사 착수 등으로 불거진 안전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의 차선 및 앞선 차량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운전자가 정한 속도에 맞춰 달리는 주행 보조 기능이다. 여기에 고속도로 등에서 목적지를 설정하면 차가 알아서 차선을 바꾸며 주행하는 기능을 추가한 게 테슬라의 FSD다.

머스크는 “우리 기술의 핵심은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주행을 자율주행 기술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AI 학습을 위한 자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 가능성과 AI 기술의 외부 공유 가능성도 시사했다. 머스크는 “만약 라이선스(테슬라의 보유 특허 유료 사용권)를 원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AI 데이 이후 테슬라 주가의 움직임이다. 앞선 2019∼2020년엔 행사 전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가 막상 행사 종료 뒤엔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주가도 약세를 보이곤 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가 평가하는 테슬라 적정 기업 가치에서 이날 행사 주제인 자율주행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량이다. 신사업인 로봇 사업은 테슬라 가치에 반영돼 있지 않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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