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총수 홍원식의 반격 “한앤코에 안 판다”…남양유업 사태 장기화

등록 2021-09-01 15:31수정 2021-09-02 02:52

총수 리스크에 시가총액 1600억원 사라져
지난 5월4일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5월4일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면역에 도움된다는 허위 사실을 알린 데 책임을 지고 경영 퇴진 및 지분 매각에 나섰던 남양유업 대주주 홍원식 회장이 지분 매각 철회를 선언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3개월 여 전 맺은 주식 매매 계약이 불평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앤컴퍼니 쪽은 주식 매매 계약은 유효하다는 주장과 함께 법원이 홍 회장의 임의적인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한 사실을 공개했다. 홍 회장 퇴진과 지분 매각 결정에 급반등했던 남양유업 주가는 매매 종결이 불투명해지면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총수 리스크가 업계 3위 유업체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홍원식,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 없다”

홍원식 회장은 1일 입장문을 내어 한앤캠퍼니와 맺은 주식 매매 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홍 회장 일가는 보유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주식 매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지분 매각 결정은 남양유업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면역에 도움이 된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서 불거진 불매 운동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 등 정부 관계 당국의 조사를 고려한 조처였다.

홍 회장은 계약 해지 이유로 우선 계약 자체의 불평등성을 들었다. 그는 “M&A(인수합병)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않았고 계약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교체라는 대의를 이행하고자 주식 매각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다”고 말했다.

또 홍 회장은 “계약 체결 후 매수자 쪽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된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한앤컴퍼니 쪽이 지난달 30일 홍 회장 쪽이 계약서에는 담기지 않은 무리한 요구를 하며 계약 이행을 거부하고 있으며, 그 요구는 홍 회장 쪽 개인 이익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홍 회장은 이어 한앤컴퍼니를 향한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 그는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 없다”며 “(매매 계약 해지는) 오랜 시간 함께한 임직원과 주주, 대리점, 낙농주, 고객들을 위한 대주주로서의 마지막 책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가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고, 부당한 경영 간섭도 했다고 언급했다.

한앤코, “매매 계약 유효”…대주주 리스크에 남양유업 앞길 험난

한앤컴퍼니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홍 회장 쪽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계약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난달 23일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사실도 이날 공개했다. 이 가처분은 홍 회장이 지분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한 셈이다. 이와 별개로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23일 홍 회장 쪽을 상대로 매매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남양유업 정상화는 장기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양쪽이 원색 비난을 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은 데다, 홍 회장이 새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홍 회장은 경영 퇴진 선언 이후에도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물러났던 홍 회장의 장남도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는 등 장기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홍 회장 쪽은 사모펀드 운용 경험이 있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경영진을 재편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홍 회장 쪽 경영 퇴진과 지분 매각 결정에 한때 주당 77만원 가까이 치솟았던 남양유업 주가는 계약 양 당사자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50만원대 중반까지 주저앉은 상황이다. 양 당사자 간 입장문 공방이 있었던 이날도 이 회사 주가는 전일(거래일 기준) 보다 3% 남짓 급락했다. 총수 일가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며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1600억원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감소세였던 자살률 급증…9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1.

감소세였던 자살률 급증…9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쌀먹’ ‘가챠’로 망가지는 ‘게임 왕국’ 대한민국 2.

‘쌀먹’ ‘가챠’로 망가지는 ‘게임 왕국’ 대한민국

‘본인 부담’ 넘어서는 보험금 앞으론 사라진다 3.

‘본인 부담’ 넘어서는 보험금 앞으론 사라진다

현대차, 구글 웨이모와 맞손…아이오닉5 ‘로보택시’로 공급 4.

현대차, 구글 웨이모와 맞손…아이오닉5 ‘로보택시’로 공급

스타벅스도 ‘구독’ 내놨다…월 9900원에 음료 30% 할인 5.

스타벅스도 ‘구독’ 내놨다…월 9900원에 음료 30% 할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