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의 본입찰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입찰 눈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매각 가격이 최소 1조원 안팎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쌍용차는 올해까지 5년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낼 처지다. 그런데도 1조원 넘는 돈을 주고서라도 서로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이유가 뭘까?
이는 실제 쌍용차 인수에 들어가는 돈이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1조원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셈법은 매우 다르다는 얘기다.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은 이달 15일까지 인수 후보들로부터 인수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여기엔 각 후보가 제시한 쌍용차 인수 금액과 향후 사업 계획 등이 담긴다.
쌍용차처럼 ‘회생 절차’(옛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기업의 인수 입찰 금액은 반드시 회사의 청산 가치보다 높아야 한다. 청산 가치란 기업이 문 닫을 경우 기계 설비, 공장 부지 등 보유 자산을 팔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회계 법인이 평가한 쌍용차의 청산 가치는 9820억원이다.
이 예상 자산 처분액은 쌍용차로부터 밀린 임금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와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 납품 대금을 못 받은 협력사 등 채권자의 몫이다. 그래서 인수 후보자가 최소한 그 이상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하게 강제한 것이다. 쌍용차 회생 절차를 담당하는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산 가치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면 입찰이 무효가 된다”고 말했다.
쌍용차 매각가격이 최소 1조원 남짓이라는 말도 이 청산 가치를 근거로 한다.
하지만 실질 부담액은 이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 상당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쌍용차 인수 후보인 기업 ‘ㄱ’이 입찰액으로 청산 가치보다 약간 높은 1조원을 써냈다고 가정해 보자. 쌍용차 청산 시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우선 지급해야 하는 직원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 채권은 약 6900억원(퇴직금 3천억원 포함)이다. 7800억원 가량인 채권자에 줘야 하는 돈(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은 바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선 지급해야 할 공익 채권도 인수자 ‘ㄱ’이 당장 주지 않고 떠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1조원으로 쌍용차를 인수하려 한 ㄱ의 실질 부담액은 1조원에서 6900억원을 뺀 3100억원으로 확 준다. 회생 절차 실무를 잘 아는 한 회계사는 “명목상 입찰 금액에서 공익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인수 대금으로 회생채권과 담보권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 기업들도 쌍용차의 공익 채권을 제외한 실질 매입가격은 3500억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인수 후보자 중 한 곳의 고위 임원은 <한겨레>에 “대외적으로 알려진 1조원의 3분의 1만 써도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채권 정리 후 필요한 대규모 투자금은 인수 후 쌍용차의 평택공장 부지 개발이익으로 조달할 수 있다. 평택시가 평택공장 부지의 용도지역을 현행 공업지역에서 주거·상업지역으로 바꿔줄 계획이어서다. 공장 자리에 상가와 아파트를 지어 생기는 이익을 쌍용차 설비 투자에 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는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인수전 완주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인수전에 참여한 한 금융회사 임원은 “입찰 금액보다는 어느 후보가 쌍용차 정상화에 적합한 청사진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 조달 능력보다 비전 제시가 입찰의 승부처가 된다는 의미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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