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 내 전체 임원 숫자가 줄어드는 중에도 여성임원은 차츰 늘어 올해 처음 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5% 아래로 여전히 낮아 ‘유리천장’이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치가 국내 100대 기업의 임원 현황을 조사해 27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여성은 322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286명에 견줘 36명(12.6%) 늘어, 유니코써치가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 300명을 넘어섰다.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은 작년 6871명에서 올해 6664명으로 200명 넘게 줄었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매출액 기준이다. 조사는 올해 반기보고서에 바탕을 두고 이뤄졌으며 사외이사는 제외했다.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019년 3.5%, 2020년 4.1%에서 올해 4.8%로 약간 올랐지만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전체 상장법인에 견줘서도 낮다. 여성가족부가 3월까지 사업보고서를 낸 2246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8월 내놓은 결과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5.2%(1668명)였다.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 숫자는 지난 2004년 13명에서 2013년(114명) 처음으로 100명을, 2018년(216명) 200명을 넘어선 바 있다. 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을 두고 있는 기업은 작년 60곳에서 올해 65곳으로 늘었다.
여성임원을 10명 이상 둔 기업 중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모레퍼시픽으로 23.2%(16명)였다. 이어 씨제이(CJ)제일제당 22.4%(22명), 삼성에스디에스(SDS) 14.8%(13명), 네이버 13.9%(17명), 케이티(KT) 11.1%(10명) 순이었다.
여성임원 중 이사회에 들어있는 경우는 4명에 지나지 않았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 씨제이제일제당 김소영 사내이사, 롯데칠성음료 송효진 상무보이다. 지배주주(오너) 가문에 들어있지 않으면서 사장급 이상 직급을 차지한 이는 한성숙 대표가 유일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국내 기업들에선 여전히 여성 인재 활용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며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등용시키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경영자들이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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