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여행 물꼬 터지자마자 출혈경쟁 나서냐고요? 유통점들이 다시 문을 열도록 일감을 만들어주려는 겁니다.”
모두투어가 11월1일부터 4주 동안 국외여행 상품 가격을 최고 50%까지 할인해주는 ‘블랙프라이데이 파격 세일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일주일 단위로 주요 국외여행 상품의 정원(20~30명) 가운데 30~50% 분량의 가격을 20~50% 깎아준다. 이 업체는 “예를 들어, 11월 첫 주 할인 대상으로 꼽힌 ‘터키 9일 완전일주’ 상품은 130만원대 상품을 69만원에 예약을 받는다”며 “신혼여행, 골프, 크루즈 등 다양한 상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할인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발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경쟁 여행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물을 흐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여행사 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모두투어의 ‘파격 할인 프로모션’ 행사에 대해 “여행 상품은 공장도 가격이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여행사 세일은 믿지 않는다.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뒤 할인해주는 척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눈길을 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 팀장은 “항공편, 현지 숙박일정, 코로나 검사비 포함 여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모두투어 쪽도 경쟁업체들의 이런 평가를 인정한다. 모두투어는 왜 이런 혹평을 자청하는 걸까. 육현우 모두투어 이사는 “판매망 재건 전략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모두투어 간판을 내건 파트너 판매점이 450곳가량 되는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손님이 끊기면서 문을 연 곳이 20%도 안 된다. 나머지 판매점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 매장문을 닫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상태로는 국외여행 재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일감을 만들어줘야 판매점 문이 다시 활짝 열리고, 종사자들이 여행 상품 판매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모두투어 쪽 판단인 셈이다. 육 이사는 “모두투어는 무너진 유통망을 재건하고, 판매점은 본업으로 복귀하며, 손님이 싼 가격에 국외여행을 재개하는 기회로 삼게 하자는 것이다. 상품별 할인 폭은 마진을 포기하는 수준에서 결정됐다”며 “윈윈 내지 상생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업계와 손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 역시 11월1일부터 유통망 재건 목적의 ‘꿈꾸는 대로 펼쳐지다’ 캠페인과 새 상품 판촉 행사를 진행한다. 시아이(CI) 변경을 통해 판매점 간판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개념의 국외여행 상품과 화제성 여행 상품을 모은 기획전을 연다. 조일상 하나투어 수석은 “하나투어 판매점이 700개가량 되는데, 세 곳 가운데 한 곳꼴로 개점휴업 상태로 파악됐다. 간판 교체와 새 상품 출시 행사로 판매점들이 바쁘게 움직이게 만드는 전략이다. 유통망 재건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부장은 “오프라인 판매망에 의존하는 여행사들은 사실상 무너진 채로 1년 반 이상 방치돼온 판매망 재건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모두투어와 하나투어 모두 판매점들과 ‘상생’을 앞세우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